[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DBS는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은행 중 하나다. 초대형 은행이 운영하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등장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DBS가 새로 설립한 디지털 거래소에서 디지털화된 주식, 채권, 사모펀드 등의 자산을 거래하는 것을 승인했다. 은행은 기존 주식에 더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2차 거래, 자산 토큰화.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DBS가 이처럼 디지털 거래소를 본격화한 것은 앞으로 자금조달 시장은 디지털 금융을 품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면 선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산 토큰화 선도하겠다
로이터는 DBS의 디지털 거래소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산 토큰화 및 디지털 자산 거래를 통한 자금조달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자산 토큰화 과정을 통해 비상장 기업과 사모펀드 주식 등 다양한 자산들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고, 거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지난주(7일 기준)에 가상화폐 펀드와 상품에 쏟아부은 금액은 4억 2900만 달러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코인쉐어스에 따르면 이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점점 더 많은 기관들이 디지털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이고, 그 시장의 최선두에 DBS 디지털 거래소를 세운다는 전략이다.
피유시 굽타 DBS 대표는 “은행권에서 더 많은 파트너십을 맺고 후원사를 찾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수 천 개의 코인이 서로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 코인들이 투자자의 자산 배분에서도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모니터링..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소 표방
DBS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거래소를 시작함으로써 가상자산, 디지털 자산의 신뢰도를 한 단계 레벨업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굽타 대표는 “DBS는 금융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강력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DBS 디지털 거래소는 최상위 고객을 상대로 한 가상화페 거래소”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가 제도적으로 편입되고 있는 동안에도 사이버 해킹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전히 불법 자금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DBS의 디지털 거래소 진출에 대한 싱가포르 당국의 결정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글로벌 은행들 DBS 움직임에 촉각
DBS 디지털 거래소는 다른 글로벌 은행들의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한다. 스탠다트차티드는 이번 주 초 노던 트러스트와 제휴해 기관 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수탁 업체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취리히에 본사를 둔 민간 은행 율리우스 베어 그룹은 스타트업 세바 크립토 AG와 제휴해 부유한 고객을 상대로 디지털 자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 자산 거래, 투자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자산을 기관 투자자와 프리이빗 뱅킹(PB)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DBS 디지털 거래소 역시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하면서 개인 은행 고객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투자 대상도 싱가포르 달러, 미국 달러, 홍콩 달러, 엔화,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리플 등으로 특정했다. 통상의 암호화폐와 달리, 기관과 PB 고객을 타깃으로 선별된 디지털 자산을 취급한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