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금융사들이 1년 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고금리로 조달한 116조원 규모에 달하는 예적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각사가 재예치를 위해 수신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는 상황에 금융당국이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정기예금 36개 상품 중 10개가 지난 22일 만기 12개월 기준 최고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5개에서 배로 늘었고,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도 연 4.10%에서 4.20%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기본금리 3.90%에 우대금리 포함 최고 4.20%를 제공한다.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만기일시지급식)은 기본금리 3.80%, 최고 4.20%다.
제주은행 J정기예금(만기지급식) 상품은 기본 3.10%, 최고 4.10%를 지급한다.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은 기본 3.60%, 최고 4.05%다.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은 기본 2.97%, 최고 4.02%로 나타났다.
이어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 ▲DGB대구은행 IM스마트예금 ▲광주은행 행운박스예금 ▲전북은행 JB 다이렉트예금통장(만기일시지급식)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이 최고 4%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2개월 평균금리는 22일 기준 4.18%로 집계됐다. 지난 7월1일 3.97%에서 8월1일 4.03%, 9월1일 4.11% 등으로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최고금리는 40여개 상품이 4.5% 이상을 제공한다. 유니온저축은행 4.55%, 동양·조흥·참저축은행 4.52%, 더블·스마트저축은행 4.51%, BNK저축은행 4.50% 등이다.
업계가 최근 다시 수신금리를 높이는 건 레고랜드 사태 여파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레고랜드의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결정한 바 있다. 정부가 보증을 서고 지키지 않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채권 신용도가 폭락해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사건이다.
사태 발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금융사들은 수신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9~11월 불어난 금융사 정기예금은 116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당시 예치했던 자금의 1년 만기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에 대비한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올리고 금융채 발행을 늘리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했던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구했다. 은행의 고금리 예금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차주의 부담이 증가하고, 은행채·회사채 금리도 끌어올려 기업어음(CP) 금리가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의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작년 4분기 취급된 고금리 예금의 재유치 경쟁이 장단기 조달, 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 불필요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자금시장, 주식 채권시장, 예금 대출시장의 쏠림 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석, 분기말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불요불급한 자금조달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면서 “금융회사의 외형확대 경쟁, 과잉대출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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