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4개월 전만 해도 유명하지 않았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포렉스의 거래액이 어떻게 217년 된 런던증권거래소 거래 규모와 비슷해질 수 있을까”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암호화폐 거래소(플랫폼) 비트포렉스의 하루 거래액이 50억달러를 초과했다며 암호화폐 가격 폭락과 유명 거래소의 거래액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트포렉스 등 다른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가 어떻게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 참가자 다수는 이들 거래소가 사용자가 거래액을 부풀리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부당 행위를 충분히 금지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비트포렉스에서 한 가지 적신호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비트포렉스의 웹사이트 트래픽은 다른 거래소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거래액은 코인마켓캡닷컴이 추적하는 거래소 219곳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포렉스 측은 거래가 급증한 것은 ‘거래채굴(트랜잭션마이닝 또는 트레이드마이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이 있는 관행이라고 통신은 꼬집었다. 비트포렉스에서의 거래채굴은 사용자가 거래 수수료로 1달러씩 지불할 때마다 거래소가 발행한 암호화폐 1.20달러 어치를 지급한다.
이에 대해 비평가들은 ‘워시 트레이딩’을 장려하기 위한 ‘맞춤형’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워시 트레이딩은 트레이더 혼자서 계속 사고파는 거래를 반복해 인위적으로 거래액과 가격을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비트포렉스가 지급한 암호화폐가 가치를 유지한다면 사용자는 ‘봇(bot)’으로 알려진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계좌 간 암호화폐의 교환을 반복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모든 거래채굴이 암호화폐를 거래 수수료의 가치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비트포렉스의 가렛 진 부사장은 “모든 사용자가 (거래채굴) 교환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포렉스는 모든 종류의 조작을 반대하며 조만간 이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에 부당 거래를 감시하고, 이를 방지할 툴이 있는지 묻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진 부사장은 사용자가 두 개의 계좌를 이용해 스스로 거래를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포렉스와 같은 유사 거래채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했던 거래소는 도비트레이드( DOBI Trade), 에프코인(FCoin), 코인슈퍼(CoinSuper), 코인베네(CoinBene) 등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데이터를 수집하는 코인마켓캡닷컴은 거래채굴 제공 거래소 및 기타 거래소를 제외한 ‘조정’ 순위를 발표한다. 코인마켓캡닷컴의 대변인은 “우리는 데이터의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여러 자동 경고 기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비트포렉스 역시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다. MAS는 “디지털 토큰은 투자자에 대한 규제적 보호없이 주로 불투명한 시장에서 거래된다”며 “적극적인 매수자 또는 매도자가 충분치 않을 수 있으며 소비자는 토큰 투자에서 쉽게 ‘엑시트’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장된 거래액의 규모를 ‘수량화’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다. 코인마켓캡닷컴이 추적하는 모든 거래소의 지난 24시간(보도 시점 기준) 총 거래액은 약 150억달러다. 싱가포르 기업가 캘빈 청은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플랫폼에 의해 기록된 거래 대부분은 가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중국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의 지분을 사들였으며 올해 4월에는 다른 거래소를 설립했다.
일부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도 믿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나와 블록체인 투자회사 이터나캐피탈을 설립한 아심 아흐마드는 자신의 거래 경험과 거래소 호가기록(order books) 관찰에 근거에 이런 발언을 했다.
아흐메드와 비트코인 키(key) 관리 서비스 회사 클레이브스톤의 닐 우드파인은 자동화된 고빈도 매매 전략이 거래액 부풀리기를 촉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화거래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규제당국의 감독 아래 널리 이용된다.
사이버보안회사 해큰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크립토익스체인지랭크스의 창립자인 드미트리 부도린은 비트포렉스는 부풀려진 거래액 행진 속에서 최악의 범죄자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크립토익스체인지랭크스는 유동성과 보안을 포함한 지표로 거래소 점수를 매긴다.
일부 트레이더는 거래액을 대략 확인하기 위해 거래소 웹사이트 트래픽과 보고된 거래액을 비교했다. DOBI트레이드와 비트포렉스, 리퀴드는 웹사이트 방문보다 훨씬 많은 거래 규모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본에 거점을 둔 코인(Quoine)이 운영하는 리퀴드는 자동화된 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용자 때문에 웹사이트 트래픽과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코인 측은 ‘워시 트레이딩’을 시도한 고객은 플랫폼에서 금지됐으며 거래소는 일본 금융청(FSA)의 규제를 받고 있다고 했다.
코인마켓캡닷컴이 순위를 매긴 상위 30개 거래소의 거래액 약 40%는 웹 사이트 방문자 대비 거래액 비율이 가장 높은 거래소 8곳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버마켓츠익스체인지의 짐 바이 최고경영자(CEO)는 “불운하게도 오늘날 암호화폐 거래소 생태계에서 가짜인 거래액이 너무 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그 산업은 성숙할 것이다”면서 그렇게 되면 합법적인 거래소가 더 생겨,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거래소로 유인되지 않도록 이로운 구조적 인센티브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래소별 월간 방문수 대비 30일 거래액 [자료= 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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