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이제는 바닥? 지하 1층, 지하 2층도 있다.”
주식이나 암호화폐가 급락했을 때 매수하는 이른바 ‘바이 더 딥(Buy the Dip)’ 에도 전략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충분한 실탄과 함께 추가 하락에 대비하는 위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BUY THE FKN DIP’ 후드티와 버핏의 조언…지금이 매수 기회일까?
이베이에는 ‘BUY THE FKN DIP(하락장에서 사라)’라는 문구와 워런 버핏(Warren Buffett) 사진이 새겨진 후드티가 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핏은 시장의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매수에 나서야 할까?
역사적 데이터는 엇갈려…확률은 반반
S&P 500 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4.6% 하락한 가운데, 역사적으로 이러한 하락장에서 매수하는 것은 △종종 수익을 내기도 하고 △때때로 큰 손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주식 시장에 뛰어든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하락장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개인 금융 사이트 파인더(Finder)와 중개업체 테이스티트레이드(Tastytrade)가 지난해 여름 미국 성인 2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식 계좌를 보유한 사람 중 4분의 3 이상이 투자 경력이 15년 미만이었다. 이 중 절반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가 폭락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2007~2009년 금융 위기의 공포를 경험하지 않았고,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의 급반등을 목격하며 주식 투자를 ‘쉬운 돈벌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WSJ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는 이를 두고 “38개 칸 중 37개가 검은색인 룰렛에서 블랙에 베팅하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바이 더 딥 황금기’ 끝났나…경계하는 전문가들
3포틴 리서치(3Fourteen Research)의 설립자 워렌 파이즈(Warren Pies)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가 디핑(하락 매수)의 황금기”라고 평가했다.
연준(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주식 시장의 하락폭을 제한하며 ‘BTFD(Buy The F**king Dip)’라는 약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매수 심리가 강했다.
1950년 이후 S&P 500이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5~10% 하락한 ‘급락(풀백)’은 약 130번 발생했다. 그러나 1998년 연준이 시장 구원자 역할을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절반가량이 추가 하락해 ‘조정(10%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후 연준의 개입이 잦아지면서 하락장에서의 매수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물가와 연준의 긴축 기조로 인해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주식 시장은 약세장에 진입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다.
현재와 같은 경제 환경에서는 하락장에서 무조건 매수하는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바이 더 딥의 원칙… ‘5% 하락 시 매수, 10% 하락 시 일부 매도’
워렌 파이즈는 현재와 같은 시장에서는 “5% 하락 시 매수, 8~10% 하락 시 위험 축소, 20% 이상 하락 시 큰 자금으로 매수”라는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10% 이상 하락하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대응을 권고했다.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고, 더 큰 하락시에 베팅할 준비를 갖추라는 뜻이다.
워런 버핏이라면 어떻게 할까? 버핏은 일관되게 ‘시장 타이밍’을 맞추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해왔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월 급여 일부를 투자하기 때문에 큰 자금이 있는 버핏과는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버핏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기적인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강점은 무시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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