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모바일 결제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페이스북의 리브라로 인해 세계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화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 화폐는 이미 일상생활에 들어와 있다. 선불충전금 포인트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의 ‘페이머니’가 대표적이다. 페이머니를 충전해 놓고 결제·적립·송금이 가능하다.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선불 충전금에 해당하는 예수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98억 수준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해외에서 결제 가능한 서비스로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이용자를 확보하고, 상당 규모의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디지털 화폐를 통해 ‘금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비트코인’과의 연결고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선불충전금 형식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백트(Bakkt)에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스타벅스가 그대로 비트코인을 사용할지 아니면 스타벅스만의 코인을 만들지 현재로써 알 수는 없지만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호환성을 해결할 좋은 방법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며 “이 호환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64개국의 어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스타벅스 앱에서 보유한 충전금을 일본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예치금 설정 화폐가 하나로 통일되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어 그는 “스타벅스 앱에는 (2016년 기준) 20억달러 이상이 예치돼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데, 이 금액으로 대출을 하면서 예대마진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고 단기자금 운용에도 투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페북 리브라가 던진 화두 ‘디지털 화폐’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을 선포하며 기존 전통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디지털 화폐’ 논쟁에 불을 지폈다. 리브라 발표 직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규제 당국의 우려와 견제 목소리가 빗발쳤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보고서와 관련 발언들도 잇따랐다.
IMF는 지난 15일 ‘디지털 화폐의 부상(The Rise of Digital Money)’ 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IMF는 충전식 화폐와 법정화폐와 연동된 암호화폐를 ‘e머니(e-money)’로, 리브라 등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i머니(I-money)’로 구분하며 디지털 화폐의 여러 형태를 분석했다. 보고서 서두에 IMF는 알리페이와 리브라를 언급하며 여러 형태의 디지털 화폐들이 소비자 지갑에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정책 입안자들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정책 입안자는 은행 산업의 파괴적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며 “지급 결제 분야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이 훗날 스스로 은행 자체가 돼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근거로 신용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리브라에 대해 “해외송금이나 소액결제, 페이스북 관련 상품구매 등 다양한 이유로 리브라를 충전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잠재적으로 은행에 입금될 예금을 페이스북에 빼앗기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아가 페이스북이 충전된 금액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게 된다면 은행을 대체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CCN도 페이스북의 리브라 협회에 속한 20개가 넘는 대기업들 중 은행이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느끼는 위협을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리브라 협회에 결제 프로세서와 다른 기술 선도기업들이 포함된 것은 페이스북이 기존 금융시스템의 장벽을 없애고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은행 네트워크를 피해 갈 것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CCN은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 은행들도 움직이고 있다. 이달 골드만삭스가 디지털 자산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으며, 업계는 JP모건의 ‘JPM코인’과 같이 골드만삭스의 자체 암호화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리브라와 같은 민간 화폐 중심의 지급 결제 채널이 구축되면, 서비스 가능 국가에서 실물경제 위기 발생 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각 국 중앙은행도 이러한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은 세계 중앙은행들에 “예상보다 빨리 디지털 통화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대비를 촉구했다. 중국 인민은행 또한 리브라에 맞서기 위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개발에 나섰다. 이에 대해 업계는 글로벌 ‘디지털 통화’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지갑 업체 관계자는 “현금 유통이 줄어들고, 리브라처럼 글로벌화 특징을 지닌 화폐 형태가 등장하면서 국가마다 디지털 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다만 각국의 디지털 통화는 자금 추적이 원활하고, 현재 달러 패권을 따라잡기 위한 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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