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한 주를 시작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 거시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며, 이러한 환경이 이어지면 당분간 비트코인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마켓캡 자료 기준 비트코인은 뉴욕시간 이날 오후 1시25분 현재 1만1874달러로 8.6% 상승했으며, 거래량도 234억달러까지 증가했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환율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7위안 선을 넘어서며 1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에 더해 중국내 경기 하락 압력까지 더해지며 위안화의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2-3개월 전부터 계속됐다. 중국의 환율을 조절하는 당국자들이 미중 무역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격상될 경우 위안화 가격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올리게 되면 비트코인이 세계적인 가치 이동의 수단으로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양대 경제 대국의 대립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이 잠재적인 위험에 처하게 되고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자본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면서 비트코인의 역대 최고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8월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3000억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직후 주요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이 같은 관세 부과 언급에 S&P 500지수는 60포인트 이상, 다우지수도 54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미국 시장 뿐 아니라 유럽 시장도 동반 매도세로 런던의 FTSE 100지수는 1.5% 하락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간 6% 이상 급등하며 1만500달러를 넘어섰다.
또 중국 당국이 이날 위안화 가치를 1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추자 비트코인은 추가 급등했고,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결제기업 서클(Circl)e의 CEO인 제레미 알레어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원인은 거시경제적 혼란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알레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혼란기에 부의 저장을 위한 안전지대가 됐다면서, 비트코인의 상승과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갤럭시디지털의 CEO 마이크 노보그라츠도 오늘날 급변하는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지형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의 2019년 랠리는 진정한 동력을 가진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도 트위터에 “위안화 7.0 이상, 홍콩의 불안, 그리고 자본 이탈의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 랠리는 진정한 동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모건크릭디지털의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설계됐던 만큼 현재 그 방식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현재 거시경제적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는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 출신으로 방송 프로그램 카이저 리포트의 진행자인 맥스 카이저는 비트코인이 이번 주 1만5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카이저는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비트코인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중앙 정부와 중앙은행, 중앙 집중식 일반통화 자금에 대한 신뢰도가 지난 수십 년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카이저의 이 같은 예측은 최근 디지털 자산조사업체 델파이 디지털이 발표한 보고서와 일맥 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델파이 디지털의 최근 보고서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촉진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 전환 추세를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최근들어 보다 온건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현재의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한 금리인하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양적완화 외에 일반통화의 평가절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비트코인과 금의 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시경제적 불안 요인이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분석과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의 붕괴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대비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호라이즌(Horizen)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비글리온은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경제난에 이상적인 자산이라고 결론지을 만한 자료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관련 데이터가 아직 10년체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자산들과 동등 비교가 어렵지만, 시장이 성숙해감에 따라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분산형 원장 기술 공급업체인 알파포인트의 상품 책임자 네드 마이어는 잠재적인 경기 침체의 맥락에서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일반통화의 내재가치가 주권통화의 신용품질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경우 암호화폐는 동일한 상관관계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