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 일명 소통 채널이라 불리는 커뮤니티들이 당초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프로젝트들이 고민에 빠졌다. 커뮤니티를 없애자니 반발이 크고, 유지하자니 당초 기대했던 논의들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ICO를 진행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투자자들에게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프로젝트와 관련한 건설적인 이야기가 오가길 기대했다. 실제로 암호화폐가 발행되고 상장되기 전까지만 해도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프로젝트가 내놓을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서비스 방향성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커뮤니티가 변질되기 시작한 것은 ICO가 끝나고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되면서부터다.
◆ ‘가격’ 따라가는 커뮤니티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되면 본격적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ICO를 얼마에 했든, 거래소에 상장된 후 본격적으로 가격이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상장과 함께 가격이 상승하고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게 된다면 커뮤니티 분위기는 훈훈하다. 서로를 축하해주며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다. 당연히 프로젝트가 내놓았거나, 내놓을 서비스에 대한 토론도 함께 이뤄진다. ‘떡상 가즈아’ 열풍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이 경우 가격은 물론 서비스 및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도 함께 ‘가즈아’를 외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상상한 그 풍경이 어느 정도 나타난다.
반면 호재 소멸과 하락장이 겹쳐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경우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암호화폐를 구매한 가격대가 다양해 상승하던 시절 고점에서 구매한 사람들은 특히 과격해진다. 이 시기에는 가격 하락에 대한 책임론만 이야기된다. 모든 책임은 프로젝트에게 돌아간다. 기대를 모았던 초기 서비스는 대학생 습작품 수준으로 폄하되고 프로젝트는 토큰을 발행하고 가격 방어도 하지 않는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둔갑된다. 프로젝트들이 운영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 커뮤니티 놓고 진퇴양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노선을 이탈한 커뮤니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커뮤니티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운영을 중단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
실제 커뮤니티 운영을 종료한 곳들도 있다. 해외 프로젝트로는 스톰이 그러하고 국내 프로젝트 중에선 메타디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커뮤니티 폐지에 대해 “프로젝트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는 실종됐고 가격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박훈 메타디움 대표는 이전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커뮤니티가 원래의 목표와는 다르게 운영돼 커뮤니티를 폐지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운영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다수는 국내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가격에 너무 치우쳐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커뮤니티 관계자는 “가격도 프로젝트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내놓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이 오갔으면 좋겠다.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프로젝트들의 커뮤니티를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내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가 내놓은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커뮤니티의 화면을 보여줬다. 실제로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체험기와 아쉬운 점, 발전 방향등이 오가고 있었다. 그는 “가격적인 부분만 부각돼 커뮤니티가 폭발하고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커뮤니티를 없애자니 투자자들의 원성과 FUD가 난무할 것 같고 유지하자니 돈에서 비롯한 원망, 협박 등이 넘쳐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프로젝트 관계자 또한 “투자자들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소통만 해달라고 하지만 가격에 대한 논의만 나오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말을 아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커뮤니티와 함께 가야 한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커뮤니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커뮤니티를 빼놓고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커뮤니티의 힘에 의해 일으켜 세워진 것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만큼, 커뮤니티와의 상생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그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현재 커뮤니티는 프로젝트들이 꿈꿔온 방향이 아니다”면서 “돈 이야기만 나오는 현재의 방식이 아닌 발전적인 방향으로 커뮤니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도 “ICO를 진행한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빌딩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모든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모두가 공헌할 수 있는 공간, 나아가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내고 함께 가격도 상승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프로젝트는 “이상과 현실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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