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아직까지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라는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미 SEC는 12일(현지시간) 3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관한 결정을 또다시 연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SEC는 12일(현지시간) 비트와이즈 애셋 매니지먼트, 반에크/솔리드X, 그리고 윌셔 피닉스가 올해 신청한 비트코인 ETF에 대한 승인 결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업체들이 SEC에 비트코인 ETF 출시를 위한 승인을 신청했지만 SEC는 시장 조작 등 우려를 인용하며 아직 단 한 건의 비트코인 ETF도 승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SEC의 로버트 잭슨 주니어 위원은 지난 6월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확인되면 비트코인 ETF의 승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SEC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근 여러 환경 변화는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영향 등 지정학적 및 거시경제적 환경은 안전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을 새로운 금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암호화폐 결제 기업 서클의 CEO 제레미 알레어는 “비트코인이 인터넷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매우 안전한 메커니즘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 투자자들에 보낸 메모에서 비트코인이 또 다른 가격 급등을 앞두고 있을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 매수 기회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비트코인 거래 창구 개설 소문이 확산됐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등 비트코인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지난 4월 미 하원 금융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은행의 암호화폐 사업 관련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향후 암호화폐 사업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시장 진출에 대한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주요 금융기관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 분위기가 뚜렷하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반대론자로 알려진 미국 CNBC의 앵커 케빈 오리어리는 자신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얼마 전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2-3퍼센트 정도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지난 6월 발표한 미국인들의 디지털 통화 관련 인식 및 수용 동향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변화 추세가 확인됐다. 코인베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58%가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해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계속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식, 채권, 부풀려진 부동산 또는 평가절하된 전통적인 자산보다 암호화폐가 훨씬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그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등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 새로운 안전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강화된 위상 등이 더해지며 비트코인을 금융의 주류로서 인정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