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 영란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가 리브라(Libra) 같은 디지털 화폐가 미국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은 ‘달러 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카니 총재의 구상이 해답이 될 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의 주장은 적어도 ‘달러화의 지배력’이 문제라는 데는 동의한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크 카니는 잭슨홀 미팅에서 “페이스북 리브라와 같은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화 위주의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세계 경제가 아무리 완화해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와 함께 전세계적 초저금리 정책 기조 속에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 달러화 강세에 신흥국 ‘이중고’
아담 포젠 전 영란은행 정책 입안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달러화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달러화가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 보다는 낫다는 평가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각국은 예비통화로 여러 나라의 통화를 보유하는 것보다 달러 하나를 보유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달러 위주 금융 시스템의 이유를 설명했다. 달러를 지급 준비 통화로 두는 것은 미국과 세계 각국이 어느 정도 공조하는 한 합리적으로 잘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신흥국의 고통이 커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중국의 이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등 무역 전쟁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신흥국들은 달러화로 수출입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 충격 흡수를 위해 자국 통화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담 포젠은 “달러의 완전한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은 좋은 생각이다”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성취할 기술적인 어떤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실수다”라고 선을 그었다.
◆ “달러, 우리의 통화이지만 당신의 문제”
블룸버그는 마크 카니의 ‘리브라’ 발언은 ’50년 만에 급부상한 달러 이슈를 다루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50여 년 전인 1971년 당시 닉슨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교환 정지로 금본위제의 공식 폐지를 알린 바 있다. 아무리 많은 달러를 가져와도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른 바 ‘닉슨 쇼크(Nixon shock)’다. 이는 미국 달러화가 세계 통화의 권력을 갖게 된 계기기도 하다.
당시 존 코낼리 미 재무부 장관은 “달러는 우리의 통화지만, 당신의 문제다”라는 악명높은 말을 통해 국제 사회의 동참을 요구한 바 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머시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 달러화가 절상되고 있다”면서 “마크 카니는 중요한 것을 지적했고 그가 옳을 수도 있지만 중앙 은행들이 그것을 정말 고려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올리 렌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마크카니의 연설을 두고 “놀라운 연설이었다”면서 “우리의 통화 및 은행 시스템 디지털화에 대해 넓은 맥락에서 숙고해 볼 가치를 부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