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 문정은 기자]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방법론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6월 ‘제 30기 제 3차 FATF 총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감동 당국에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해야 하는 의무를 담은 암호화폐 관련 국제기준을 채택한 바 있다. 기구의 권고에 따라 우리도 내년 6월까지 FATF의 규제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특금법)’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의무와 더불어 기존 금융사와의 거래를 규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면서도 ‘특금법’ 조기 입법화에 의견을 보탰다.
◆ 日, 이미 2년 전 ‘등록제’ 법제화… 스위스도 ‘은행 면허’ 부여
일본은 일찌감치 암호화폐 신고제를 법제화했다. 일본 금융청(FSA)은 2년 전인 2017년 4월부터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자금결제법상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FSA는 2017년 16개 암호화폐 거래소를 승인한 후 올해 상반기 3개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승인했다. 현재는 110개의 거래소가 등록을 위한 예비단계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 31일에는 ‘개정 금융상품거래법 ‘과 ‘개정 자금결제법’이 31일 참의원(상원)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법안에는 ‘가상통화’에서 ‘암호자산’으로, ‘거래소’는 ‘암호자산 교환업자’로의 용어 변경은 물론 암호화폐 해킹 등 사고에 대비해 월렛에 보관해놓은 코인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코인을 고객 변제용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안이 담겼다. 재무정보 공개도 의무화했다. 이같은 법안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26일(현지시간) ‘블록체인 기술 고유의 익명성 위험을 고려한 자금세탁방지 규제안’이라는 이름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FINMA는 ‘금융산업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혁신적인 잠재력을 인식한다’면서도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규제를 우회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익명성이 악용될 수 있는 ‘돈세탁’과 ‘테러리스트 자금조달’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를 강조했다. 올 6월 발표된 FATF의 가이드라인을 따랐다고도 밝혔다.
FINMA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블록체인 결제 및 거래에 있어 감독을 받는 거래소들은 해당 거래소의 고객 지갑을 통해서만 암호화폐 자산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다른 거래소의 고객 지갑에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또 플랫폼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을 감지하는 경우 즉시 이를 스위스 자금세탁단속국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FINMA는 동시에 세바 크립토(SEBA Crypto)와 시그넘(Sygnum)에 은행 면허를 부여했다. FINMA가 블록체인 기업에 은행 면허를 발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승인을 통해 양사는 기관 및 전문 투자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단 FINMA의 지침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 은 후보자 ‘신고제 도입’ 언급… 제도화 ‘첫 단추’ 될까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암호화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면서도 신고제 도입을 언급하며 ‘특금법’ 조기 입법화에 의견을 보탰다. 은 후보자는 “현재 가상화폐 취급업소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설립·운영 중이지만 국제적으로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신고제 도입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신고제 도입, 취급업소 자금세탁방지 의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조기에 입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화하려는 ‘첫 단추’일 수 있지만, 그 이전에 논의할 점이 더 많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박주현 변호사(법무법인 광화)는 “현재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만 하면 아무런 규제 없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며 “신고제 도입 발언은 나름 제도화하려는 ‘첫 단추’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다만 첫 단추라고 할지라도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고제보다는 좀 더 규제를 강화한 ‘인허가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신고제는 요건만 되면 거래소가 신고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인허가제는 국가 기관이나 담당 기관에서 허가를 내줘야만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인허가제가 좀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인허가제 기준을 만들어 거래소들이 이를 맞출 수 있도록 해 투자자 피해 사례가 있는 거래소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제도화 이전에 정부 주도의 거래소 관련 팀을 만들어 시장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제도화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후보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동안과 비슷하게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대한 소극적인 접근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암호화폐) 규제 및 제도화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당히 ‘소극적’인 발언”이라며 “결국에는 향후 제도권 편입이 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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