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학창시절 내가 아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쳤다. 중간고사·기말고사를 통해 학업에 대해 ‘내가 이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수학능력평가를 통해 대학 입시 자격을 증명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답을 말하고 선택함으로써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 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답을 발설하지 않고도 ‘내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영지식증명(Zero Knowledge Proof)이 그것이다. 시험문제를 놓고 선생님과 눈빛만으로 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주고받았을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야, 너두?”가 생각난다.
영지식증명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영지식이 Young지식인지, 0지식인지 의도하는 바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한다 해도 영(Zero)지식 증명이 무엇인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영지식증명은 본래 암호학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이후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에서 결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로 사용되기도 했다.
영지식증명은 시험처럼 답을 말하는 방식이 아닌, ‘내가 그 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외계인으로 의심을 받는 사람이 자신이 사람임을 증명할 때 “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지 않고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기계를 왔다 갔다 하는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영지식증명은 ▲완전성(Completeness) ▲건전성(Soundness) ▲영지식성(Zero-Knowledge) 등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완전성은 조건이 참일 때 증명자가 검증자에게 그 조건이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상황)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건전성은 그 조건이 거짓일 때, 거짓말을 통해 ‘참’임을 납득시킬 수 없는 것(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영지식성이란, 그 조건이 참일 때 ‘검증자’는 그 조건이 참이라는 사실 이외의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외계인으로 의심받는 사람(증명자)은 기계를 통과함으로써, 의심하는 사람(검증자)에게 본인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완전성). 그가 외계인이었다면 기계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거짓으로 검증자를 속일 수도 없다(건전성). 또한 해당 기계를 통과함으로써 검증자는 증명자가 외계인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추가로 얻지 못함(영지식성)으로써 영지식증명이 완성된다.
영지식증명이 결제나 통신에서 이용된다면 자신의 비밀정보를 상대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반복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비밀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정보를 관리하는 업체도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어떠한 비밀데이터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겨 암호화폐 고유정보나 거래정보 노출이 없는 다크코인에서 주로 이용되는 이유다. 영지식증명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다크코인으로는 지캐시(Zcash)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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