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금융당국과 블록체인 협회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 현황 파악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 6명이 참석했다. 업계 측에서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와 고팍스(스트리미), 코인플러그(씨피닥스), 한빗코, 데이빗(체인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참석했다. 이 밖에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블로코, 블록체인 사회적기업재단인 커먼즈파운데이션, 법무법인 린 관계자 등도 참여했다.
간담회는 90여분 진행됐으며, 금융당국이 FATF의 암호화폐 관련 규제 권고안 대응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핀테크산업협회는 “FIU와 금감원 쪽에서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을 해와 현업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며 “FATF 권고안으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자금세탁방지(AML) 의무가 부과됐는데,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또 특금법 개정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금융 당국에서 듣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FATF는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취급업소는 거래 발생 시 FATF가 요구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FATF는 회원국에게 1년간의 권고안 도입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서는 지난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이 나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가상계좌를 발급받고, 정보보호인증(ISMS)을 취득해야 한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가상계좌를 발급 받은 곳은 업비트(기업은행), 빗썸(농협), 코인원(농협), 코빗(신한은행) 등 4곳 뿐이다. 네 거래소는 고객의 실명계좌와 연동된 가상계좌를 제휴 은행들로부터 부여받아 운영한다. 이곳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거래소 법인계좌를 활용한 벌집계좌로 투자금을 입금받아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점을 들어 실명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간담회 자리에서 ‘실명가상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국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이에 대해 당국은 수긍했지만, (실명계좌)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신고제를 도입할 것인지, FIU에서 허가를 먼저 해주고 그 다음 절차에서 은행이 가상계좌를 발급해 줄 것인지에 따른 의견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보안 인증 취득에 대한 현황 질의도 있었다. 현재 ISMS 인증을 취득한 거래소는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한빗코 등 6곳이다. 간담회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인증을 받은 업체들의 경우 ISMS 인증이 최소한의 보안 장치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것에 반해, 일부 업체에서는 실질 거래소 운영에 ISMS 취득이 꼭 필요한 부분인지에 대해 공감을 못하는 곳도 있었다. 또한 ISMS 인증을 취득하기까지 준비 기간에 5~6개월 소요되고 비용과 자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들어 절차적으로 좀 더 간결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묻는 곳도 있었다.
금융 당국은 또 추적이 불가능한 익명코인에 대해 특정 거래소를 언급하며 상장 배경을 묻기도 했다. 참석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익명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실제 익명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악용 부분을 인지하고 상장을 결정했는지에 대해 물었다고 전했다.
이후 업비트는 9일 FATF 규제 권고안에 따른 조치라는 이유로 모네로(XMR)’, ‘대시(DASH)’, ‘지캐시(ZEC)’, ‘헤이븐(XHV)’, ‘비트튜브(TUBE)’, ‘피벡스(PIVX)’ 등 익명코인 6종목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업비트 외 익명코인은 현재 빗썸에 ‘모네로(XMR)’, ‘피벡스(PIVX)’, ‘대시(DASH)’, ‘지(제트)캐시(ZEC)’ 등이 상장돼 있으며, 코빗에도 ‘지캐시(ZEC)’가 상장돼 있다. 두 거래소에서는 아직 추가 공지 및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간담회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당국과 업계 소통의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금융 당국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처음이었다”며 “간담회 이후 명확하게 당국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은 없지만, 당국이 적어도 이 업계를 방관하지 않고 트렌드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업계와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 투명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 협회 실무자가 직접 참여해 경청했으며, 최근 부산에서 열린 DAXPO 행사에도 협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오갑수 협회 회장은 행사 전날 부산에 내려와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및 부산은행, 기술신용보증과 미팅을 가진데 이어 다음날 DAXPO 행사에도 참석했다.
협회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블록체인 업계와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거래소 회원사들이 당국과의 소통 창구가 막혀 있어 협회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회원사와의 간담회나 이와 관련한 전수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고 지금도 개별적인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협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계속 논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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