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제 권고안에 발맞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다크코인 상장 폐지에 나섰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장에서 송금인과 수취인을 파악할 수 없는 다크코인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FATF 규제 권고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포함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VASPs)’는 암호화폐 송수신에 필요한 발신자 정보와 수신자 정보를 수집 및 보유해야 하며, 정부 당국이 요청할 시 관련 정보를 즉각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이 암호화폐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여행규칙(Travel rule·여행 규칙)’이 포함된 것이다. FATF는 회원국에게 1년간의 권고안 도입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앞서 일본 금융청(FSA)는 지난해 익명성이 높은 코인 등 특정한 종류의 암호화폐의 거래소 상장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운영 조건을 공개했고, 6월부터 시행됐다.

국내 금융당국 또한 최근 업계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다크코인에 대해 언급했다. 참석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다크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실제 다크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악용 부분을 인지하고 상장을 결정했는지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9일 업비트는 FATF 규제 권고안에 따른 조치라는 이유로 ‘모네로(XMR)’, ‘대시(DASH)’, ‘지캐시(ZEC)’, ‘헤이븐(XHV)’, ‘비트튜브(TUBE)’, ‘피벡스(PIVX)’ 등 익명코인 6종목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현재 다크코인 거래 지원하고 있는 빗썸과 코빗도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빗썸에서는 ‘모네로(XMR)’, ‘피벡스(PIVX)’, ‘대시(DASH)’, ‘지(제트)캐시(ZEC)’ 등이 거래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거래량과 관련될 수 있는 이벤트 대상에서 다크코인 지원을 제외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고려 중”이라며 “상장 폐지는 향후 당국의 규제 눈높이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캐시(ZEC)’를 지원하고 있는 코빗 또한 “상장팀에서 지캐시 폐지 사안을 고려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형 중앙화 거래소들이 나서 다크코인 거래 지원을 종료함에 따라, 향후 다크코인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인터체인 ‘오르빗체인(Orbit Chain)’을 개발 중인 오지스 박태규 대표는 “가장 유동성이 크게 발생하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다크코인이 퇴출되면, 다크코인을 대량으로 구하기 어려워진다”며 “거래소들이 나서 다크코인을 상폐하게 될 경우, (다크코인)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덱스)도 법망을 피해 갈 수 없다. 덱스는 중개인 없이 개인지갑 간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 대표는 “덱스 거래소인 방코르(Bancor), 바이낸스 덱스(Binance DEX)에서 최근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거래소 이용을 제외한 것처럼, 덱스도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영향을 받을 것”라며 “현재 덱스 거래량 자체도 중앙화 거래소에 비해 크지 않아, 앞으로 다크코인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술적 영향으로 덱스의 다크코인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태규 오지스 대표는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덱스는 이더리움 기반이어서, 대시나 모네로처럼 이더리움 기반이 아닌 다른 메인넷 기반 토큰들을 취급할 수 없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다크코인 거래는 상당히 제한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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