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또는 암호화폐 관련 사건을 맡다보면 늘 고민하는 문제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증거찾기다. ‘이 거래소는 또 어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되었을까. 비대칭정보 흑막에 숨겨진 암호화폐거래소 비리를 보는 관점은 이제 유죄추정원칙에 가깝다. 수십개의 암호화폐거래소 문제를 접하다 보니 대부분의 암호화폐거래소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암호화폐거래소 코인 상장과 뒷돈, 자체발행 코인, 거래소 내의 물량조작·시세조종,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 자전거래, 재정거래, 보이스피싱 뒤에 숨은 고객예치금 횡령과 배임, 해킹이나 해킹을 가장한 내부탈취, 가장납입, 호텔이나 쇼핑몰 이용 등이 가능하다고 광고하지만 실질은 무용한 코인, 고객모집을 위한 사기성 이벤트, 수많은 공지사항 위반, 암호화폐를 이용한 탈세·자금세탁·도박, 테러자금 지원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둘러싼 개별 이슈들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인류 범죄행위의 유형을 모조리 집약해놓은 ‘범죄 팔만대장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너무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30~40대는 물론이고 미성년을 갓 넘긴 청년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암호화폐에 접근하는 연령층은 전 범위를 아우르는데, 이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현존하는 인류 범죄 중 가장 진화된 형태인 암호화폐 범죄에 비하면 그 규제는 고조선 8조법도 못되는 수준이랄까. 피해자 및 피해금액은 넘쳐나고, 피해자의 자금이 횡령·배임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북한 등 테러국가로 흐르며, 피해 속도와 범위가 블록체인 수준인데 그 규제는 인류가 태초에 눈을 떠 사과를 먹으러 걸어가는 수준이랄까.

너무나도 두렵다. 한 때 국회부의장실 비서관·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입법을 재미있어 하면서도, 과학기술의 발전과 입법 같은 규제 발전의 속도는 점차 차이가 벌어지고,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느끼며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지금 차이도 반딧불과 태양의 차이를 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이 차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영원히 못잡을 수도 있다.

가끔 피해자들은 푸념을 한다. “수십억, 수백억 사기로 돈을 챙기고 감옥에 5년 정도 살다오면 남는 장사 아니냐”,”차라리 범죄자가 되는 것이 돈 다 잃고 피해자로 사는 것보다 낫겠다.” 복마전 암호화폐거래소는 이 시대를 사는 피해자들의 정의관념과 윤리관념 마저 유린하고 있다.

수사개시하고, 신문하고, 영장치고, 압수수색하고, 구속하고, 판결받고, 피해구제받기까지 범죄자를 처벌하는 절차는 참으로 잘 마련되어 있는데, 범죄자가 사기를 못치게 막는 절차는 하나도 마련되지 않은게 현실이다. 암호화폐가 든 고소장을 들고 가면, 고개를 긁적거리며 형사법의 죄형법정주의를 찾는게 수사기관의 실상이다.

규제가 없다 보니 거래소와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과 관련한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성매매업자, 조폭, 수산업·축산업 종사자, 건설업자 등 암호화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한다. 기술 따윈 모른다. 자본금도, 거래소도, 정보보안도, 코인거래 등 암호화폐거래와 관련되어 무엇을 지켜야할지 아무것도 마련된 것이 없으니까.

돈 얼마 들여 거래소 하나 만들고, 자체발행코인으로 초기 거래에 돈을 엄청 모으고, 코인상장으로 돈 좀 챙기다가, 내부정보 이용해서 한 몫 챙긴 다음, 재정거래로 피해자 돈·암호화폐 잔뜩 끌어모아, 피해자는 나몰라라 홈페이지 닫고 파산하면 된다. 사기·횡령·배임 등을 통해 얻은 돈은 다크코인을 통해 잘 돌리고 간직해두자. 힘있는 놈들에게 코인 좀 줘서 수사강도 줄이고, 혹여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변호사 잘 써서 형량 좀 줄이고, 갔다와서 잘 먹고 잘 살자.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암호화폐거래소는 비대칭정보 장벽 뒤에 숨은 복마전이다. 마귀들이 대한민국을 마음껏 희롱하고 유린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가치관을 위협할 정도다.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는 말은 이제 귀가 따갑다. 당장 뭔가를 시행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된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부는 가해자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암호화폐 범죄의 주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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