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관련 국내·외 금융 움직임과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통화나 유럽연합의 e-유로 등 디지털 금융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보다는 분산 원장을 활용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해외의 경우 프로세스 구축을 넘어 토큰을 적극 활용하고 컨소 실질 성과를 내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 KB·하나·신한·우리…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블록체인 활용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KB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홀에서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공동으로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및 혁신 금융 서밋 행사를 주최했다. 국내 대형은행이 블록체인 산업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 기업인 은행이 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인민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통화 발행과 JP모건의 쿼럼, 웰스파고의 스테이블코인 ,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대형 금융과 IT 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국내 금융 기관도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더리움 밋업 당일 이우열 KB국민은행 대표가 “IT와 디지털 관련한 패러다임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며 “은행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거나 영업을 해선 안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KB국민은행은 디지털자산 보호기술을 가진 아톰릭스랩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한 데 이어 블록체인 핀테크사 코인플러그와 블록체인 인증 솔루션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KEB 하나은행은 지금까지 약 100개의 국내외 블록체인 사업모델을 검토했으며 이중 은행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추렸다. 이 중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제지급결제망 GLN이며 지난 4월에는 태국에 서비스를 런칭했다. 또 고려대 학생증카드 발급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블록체인 관련 특허 47개를 출원했다.
신한은행은 대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대출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신한은행이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은 소속 기관과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일종의 암호화된 OTP(One Time Password) 정보를 등록/조회할 수 있다. 고객이 소속 기관 자격 인증과 기타 증명 사실을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추진한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ID·인증 네크워크 기반 금융, 통신, 교육분야 서비스 개발 및 응용확산 과제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인증 수단 역할을 하게 된다. NH농협은행도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P2P업체가 발행하는 원리금 수취권 조작과 변경을 막는 ‘P2P 금융증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 신규사업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국내 은행 대부분 블록체인 도입했지만 그 범위는 절차를 효율화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동민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금융권은 규제 영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보니 프로세스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은행 내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토큰 적극 활용·생태계 조성 노력..비즈니스 잠재력 극대화
실제 해외에서는 개별 프로세스 구축을 넘어 현실 사회에서 실질 성과를 내기 위한 업계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JP모건이 주도하는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 컨소시엄 쿼럼(Quorum)은 344개 은행이 사인했다. 여기에 최근 도이치뱅크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OCBC 은행도 쿼럼(Quorum)에 합류하면서 금융권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올라섰다.
유럽에서는 산탄데르 은행이 세계 최초로 연 1.09% 2000만 달러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채권을 발행했다. 주목할 점은 투자자 지갑과 발행자 지갑, 그리고 스마트 컨트렉트를 기반으로 하는 채권이라는 것이다.
디 파이를 겨냥한 새로운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조셉 루빈이 이끄는 이더리움 개발회사 컨센시스는 일반 기업을 겨냥한 코디파이(Co defi)를 출시했다. 현재까지 디 파이는 주로 암호화폐 매니아 층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디 파이 즉, 분산금융은 스마트 컨트렉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스마트컨트렉트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자체에 대한 위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볼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코디파이는 블록체인 이외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디 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금융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는 프레임 워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이를 위해 코디파이는 은행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셉 루빈 컨센시스 대표는 “대부분 기업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검토 범위를 내부 기록이나 프로세스 효율성을 높이는 프라이빗이나 컨소시엄 블록체인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즈니스와 산업에 미칠 엄청난 잠재력을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며 “토큰화(자산화)요소를 포함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등 비즈니스 극대화를 위한 모든 요인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