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 사법당국이 비트코인 트랜잭션을 분석해 글로벌 포르노 사이트를 적발했다. 익명성이 강조되는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불법 행위도 결국 추적해 처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국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비트코인을 받고 포르노 동영상을 제공해온 불법 사이트의 한국인 운영자와 다른 수백명의 사용자들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등 언론들은 이날 손종우(23세)라는 한국인이 운영했던 ‘웰컴 투 비디오(WTV)’라는 이름의 불법 포르노 사이트가 작년 3월 폐쇄됐으며 손씨는 한국에서 1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라고 보도했다. WTV 폐쇄 이후 각국의 공조를 바탕으로 영국, 독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세계 11개국에서 337명의 사이트 사용자들이 체포됐다.
WTV는 비트코인을 받고 포르노 동영상을 제공했으며 각 사용자들에게는 웹사이트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트코인 주소가 부여됐다. 서버 분석 결과 웹사이트는 100만개 넘는 비트코인 주소를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WTV 웹사이트가 사용자를 최소 100만명까지 확대할 능력을 갖고 있음을 가리킨다.
포르노 사이트 적발을 위한 비트코인 트랜잭션 추적 및 사용자 확인 작업은 미국 국세청(IRS), 국토안보부 수사팀,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인어낼러시스(Chainalysis), 그리고 한국 등 여러 나라 사법기관들의 공조로 이뤄졌다.
IRS 범죄 수사팀 책임자 돈 포트는 “비트코인 트랜잭션의 정밀한 추적을 통해 IRS 수사팀 요원들이 다크넷서버의 위치를 밝혀내고 웹사이트 운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그리고 웹사이트 서버의 실제 소재가 한국이라는 것을 궁극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고객확인(KYC) 절차에 따라 포르노 사이트와 연관된 계좌의 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어낼러시스는 성명에서 “우리는 경제 전체가 암호화폐에 의해 가동될 수 있기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WTV 같은 사이트들은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을 파괴하고 합법적 경제에서의 암호화폐 수용을 더디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그런 사이트들과 싸우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투데이는 암호화폐 초보 사용자들은 지금도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착각하지만 이번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