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최근 4대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부실 암호화폐 정리가 시작됐다. 거래소들은 투자 유의종목을 지정해 상장폐지를 예고하며 건실한 암호화폐를 추려내고 있다. 해당 암호화폐에 지정된 프로젝트들은 ‘억울하다’며 심사 재고를 요청하는 분위기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들의 암호화폐를 상폐시켜달라는 주장도 늘어나고 있다. 프로젝트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신들의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펌핑, 출금지연 등으로 중소형 거래소 이미지가 악화됨에 따라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 초 국내에서 이름을 날린 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A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신의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거래소가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출금정지, 출금지연 등으로 가격 등락이 심해지자 프로젝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프로젝트도 프로젝트 초기 중소형 거래소에 상장시킨 암호화폐를 상장폐지 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해당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해당 거래소가 좋지 않은 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이 문제였다. 거래소가 투자자들과 소송전에 휘말리고, 믿을 수 없는 ‘잡거래소’로 낙인찍히자 프로젝트 이미지에 훼손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연히 거래소는 상폐 불가를 외쳤다. 현재 거래량은 수익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이 아니지만 한때 주목을 받았던 암호화폐이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언제든 주요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상장을 유지한다고 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 것도 아니니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는 프로젝트가 초기 유동성 확보 및 가격 상승을 위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 것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어느 곳이든 ‘일단 상장 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했다. 실제 이 전략은 발행한 암호화폐를 거래할 플랫폼이 없던 프로젝트에게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투자자들의 유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프로젝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상장을 통한 외연 확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거래소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고, 상장한 거래소에서 출금 지연 및 가두리 펌핑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해당 암호화폐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A거래소가 제발 우리 암호화폐를 상장폐지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거래소의 부정행위로 인해 프로젝트까지 비난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프로젝트와 사전 동의 없이 암호화폐를 상장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른바 ‘납치상장’ 혹은 ‘도둑상장’이다. 거래소는 “오픈소스 기반의 블록체인에서, 비트코인을 상장하고 이더리움을 자유롭게 상장하듯 다양한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상장된 암호화폐들이 펌핑&덤핑 및 자전거래에 이용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실제 해당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 중 다수는 erc-20 기반의 암호화폐다. 문제는 해당 암호화폐들이 메인넷을 출시하거나 다른 메인넷으로 이전된 암호화폐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암호화폐는 다른 거래소로의 입출금이 금지된 상태로 상장되고 거래돼 ‘거래소 내에서의 거래만을 위한 상장’이었다. 이렇게 가두리로 상장된 암호화폐는 펌핑&덤핑에 이용돼 실제 해당 암호화폐의 글로벌 시세와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차이가 나게 됐다. 향후 입출금이 재개되더라도 이전된 메인넷 토큰으로 스왑되지 않는다면, 해당 암호화폐는 아무 의미가 없는 디지털 쪼가리로 전락하고 만다. 해당 사정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로 인해 거래소는 물론 해당 암호화폐를 발행한 프로젝트를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프로젝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정식 상장된 거래소를 알리고 가급적 해당 거래소를 이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전부다. 납치상장된 암호화폐 관계자는 “문제되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오픈 이코노믹스 측면에서 도둑상장을 막는 것도 모순이라 생각한다”면서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식 상장된 거래소를 안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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