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나 IEO를 하는 프로젝트팀이나 암호화폐거래소에 있어 암호화폐 상장은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특정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장피(Listing Fee), 토큰매출액 등이 쌍방의 중요한 수입·지출액이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에서 특경법상 배임·사기·사전자기록 위작·행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코인네스트 대표가 추가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임수증 혐의도 상장과 관련돼 있다.
대한민국에는 우후죽순 많이 생긴 거래소만큼이나 암호화폐도 그 이상 발행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상장 문제가 상당히 발생하고 있지만 상장 자체가 은밀히 진행되다보니 언론에 거의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든, 국외든 특정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상장하려는 노력은 고요한 호수 안 백조의 발길질처럼 분주하다. 상장심사기준, 폐지기준 등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보니 특정 암호화폐 상장까지 에피소드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심지어 상장 과정에서의 사기 등을 이유로 고소나 민사소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 대상은 이름있는 거래소부터 무명의 신생 거래소까지 다양하다. 거래가 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로 이루어지고, 실제 상장피를 받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해, 상장피 횡령·배임부터 탈세까지 관련 이슈도 다양하다.
작년 10월 업비트가 상장심사기준을 공개했고 지난 8월, 9월에는 코빗, 코인원이 상장심사기준과 폐지기준을 공개했지만, 아직 많은 거래소들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 그 기준이나 원칙 또한 제각각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장심사와 관련한 전문인력도 사실상 없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암호화폐거래소를 불신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상장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보안성 등에서 일개 사설 업체에 불과한 암호화폐거래소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생선을 지키는 고양이를 믿는게 낫다. 사실 법률을 규정하여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마련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의 오랜 직무유기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젝트나 거래소가 ‘상장’ 자체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대부분의 코인이 상장 후 가격이 내려가는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자금을 모을 생각만 하지, 사업을 실현하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1회의 사업만 있을 뿐 다음 사업은 없다. 또한 대부분의 자금모집이 해외투자자가 아닌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결국 상장 후 암호화폐 가격이 조금이라도 높을 때 팔아버리는 것이 발행하는 팀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이익이므로 상장 시점 또는 상장 후 일정 시점이 가격의 최고점이 되고 그 이후에는 내리막만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먹튀’인 것이다.
상장 후 가격이 일정 시점 유지되는 몇 안되는 경우도 프로젝트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나 비전과 가치, 그 활용된 마켓의 유용성 등 때문이 아니라 ‘마켓메이킹’을 하는 업체와 계약해 일정 가격과 거래량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로 인해 상장 후 일정 시점 이후에만 가격이 유지된다. 즉 암호화폐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시세조작을 위한 자금력에 의해 가격이 일정기간 유지 또는 오르는 것일 뿐이다.
ICO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기본적인 본질을 가리는 것이다. 국내용 암호화폐 대부분은 스캠으로 치부해도 무방하다. 자금모집 이상으로 자금모집 이후의 행보도 중요하고, 언제 상장되는가 보다 상장 이후에 어떻게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일회성 먹튀 파티로 끝날 것이라면, 백서(white paper)는 ICO를 위한 면책성 안내책자가 아니라 사기를 위한 기망행위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어쩌면 대부분의 상장 암호화폐가 상장심사기준보다 폐지기준에 적합할지도 모른다. 거래량·가격이 조작되거나 시장 교란 행위가 포착되는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블록체인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 등 기술적 문제도 상존하며, 프로젝트 팀의 전문성 또는 영속성은 의심스럽다. 기술적 성과가 나온 프로젝트들도 사실 손꼽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도 거래소에 상장되는 암호화폐는 많지만 상장폐지되는 암호화폐는 찾기 어렵다. 차라리 망하거나 문닫는 거래소를 찾는 것이 더 쉬운 실정이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에 대해 한마디 언급한 뒤로 비트코인 가격이 40%나 급등하며 1만 달러를 돌파했고, 증시에서도 블록체인 테마주가 들썩였다. 인민일보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는 아니다”라며 시진핑 효과를 진화하고 나섰지만, 중국의 디지털 통화 발행 이슈를 뛰우며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여러 면에서 암호화폐는 문제가 참 많은 분야지만 ‘한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흐름과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무시할수 없는 분야이다. 수많은 모순과 불확실성, 회색빛 미래, 사기성 등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이유로 가격이 폭등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산업이 구축되면 그 또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어떤 방향이든 정부가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관련 흐름을 보면 실망과 한숨만 가득하다. 대한민국 정부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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