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백트는 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고, 연내 비트코인 새 옵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백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 매달 뚜렷한 증가세… 배경은?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ICE)가 설립한 백트는 지난 9월 23일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공식 출시했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일간 계약과 월간 계약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백트의 선물 상품은 2017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내놓은 비트코인 선물 상품과 다르게 만기일에 ‘비트코인’ 실물을 제공해야 하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다. CME와 CBOE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계약 만기일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비트코인 가격의 차익을 ‘달러(현금)’로 주고받는다. 실물인 비트코인 수요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백트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실물)을 주고받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다.
백트의 출발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치 못했다. 출범 초기 한 달 만기 상품의 일일 거래량은 200만달러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백트는 최근 매달 거래량을 갱신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점은 출시 한 달이 지난 시점인 지난달 23일이다. 이날 한 달 만기 상품의 거래대금은 2배 이상 뛰어, 백트볼륨봇에 따르면 400만 800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18차 총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 발언을 쏟아내자, 한 달 만기 상품의 거래대금이 1000만달러를 돌파하며 지난달 기준 최고치의 거래량을 보였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가 이달 8일에는 1500만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인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 센터장은 “중국은 암호화폐 투기를 우려해 비트코인이 아닌 블록체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비트코인’ 산업을 양성화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도태 산업에서 제외시키고, 홍콩에서 거래소를 제도화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백트를 이용하는 기관투자가들 역시 호재로 해석하고 반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블록체인 육성 전략이 오히려 ‘비트코인’의 상대적 가치를 부각시켰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이 하려는 국가 주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한계는 특정 국가의 경계선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CBDC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 어떤 기관에도 휘둘리지 않고 완전히 독립적인 가치 저장의 매개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개체 역할을 ‘비트코인’이 하게 될 것이라는 기관 투자자들의 판단이 이번 거래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내년 비트코인 반감기 이슈,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 무역분쟁 이슈로 인한 비트코인 선호도 재차 증가 등을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비트코인 금융·결제 서비스 확장…”영향력 더 커진다”
백트는 비트코인 금융 상품과 결제 서비스를 공개하며 속도감 있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앞서 미국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에서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백트는 12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기관투자자를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 정식 출시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미 판테라 캐피털, 타고미, 갤럭시 디지털 등의 기관들이 커스터디 이용을 신청했고, 이들 외에도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많은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 사실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백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아담 화이트는 밝혔다.
내달에는 백트의 새로운 비트코인 옵션 계약도 출시된다. 내년 1분기에 비트코인 선물계약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CME 그룹보다 한 발 빠른 움직임이다.
금융 상품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을 결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앱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백트는 스타벅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결제 앱을 개발 중이다. 앞서 체인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트와 스타벅스는 오프체인(블록체인 외부) 솔루션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 대중화를 이끌 최초의 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트가 그간 계획해오던 비트코인 금융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내놓으면서, 암호화폐 시장에서 백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크립토 파이낸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은 자국 내 비트코인 실거래량과 실소유 규모를 늘리고자 할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백트가 성장해 미국쪽 기관들의 비트코인 시장 참여를 끌어내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스터디 서비스처럼 기관들을 위한 인프라를 갖춰 나감에 따라 앞으로 백트의 존재감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거래소가 현재는 백트뿐”이라며 “나스닥의 에리스X나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국영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백트가 해당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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