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탈금융(De-fi)’의 물결이 일고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뜨겁다. 관심의 초점은 과연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로 쏠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법무법인 등에서 전통 금융과 제도를 경험한 사람들 중 새로운 눈으로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본다. 이들이 바라보는 금융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블록미디어 신지은 기자]
–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증권회사에서 주식 리서치를 했었다. 자산 운용사에서는 펀드 운용과 외환 트레이딩 담당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자산 투자만 하고 있다. <넥스트 파이낸스, 디지털 자산>이라는 책 작업에 한창이다. 아직 ‘가제’다.”
– ”디지털 자산은 ㅇㅇㅇ이다”에 답한다면.
“오아시스. 메마른 사막에서 유일하게 물을 머금고 있는 곳. 내게 디지털 자산은 오아시스다. 전통 금융업에 종사했지만 전통 금융에서 바로 디지털 자산 투자로 넘어온 것은 아니다. 사실 주식시장은 2013년 1월 떠났다. 그 후 주식, 채권, 외환, 선물, ELW, 부동산, 카페, 음식점 같은 자영업 운영까지 다해봤다. 사막이었다. 물을 얻을 수가 없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을 만났을 때는 힘들게 사막을 걷다가 찾은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좀 더 객관적인 느낌으로의 답을 원한다면 ‘보완재’라고 표현하고 싶다. 전통화폐 시스템에서 실현하기 힘든 마이크로페이먼트나 해외송금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통 금융의 보완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전통 금융 트레이더, 리서쳐가 디지털 자산에 눈을 돌린 이유는.
“첫째 이유는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이다. 주식 등 다른 어떤 전통시장보다 성장률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현재도 디지털 자산 시장은 매우 초기다. 2017년 당시는 더 초기 단계였다. 당시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 언저리였다. 몇 년 안에 코스피가 2배 이상 오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힘들 것 같았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최소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가격은 물론 많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2017년 초 대비 몇 배 이상 상승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는 아직 2000포인트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이보다 더 큰 성장 동력이 있다고 본다.
두번째 이유는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이었다. 현재 전통 주식시장에는 경쟁력 높은 사람이 참 많다. 그야말로 승리를 위한 무한경쟁의 장이다. 학벌, 인맥, 노력, 경험 등 넘어서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디지털 자산 시장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슷해질 것이다. 2017년 이 시장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당시에는 대중의 관심이 지금보다 적었다. 시장 참여자들과 인맥을 쌓는 것도, 투자를 위해 공부하는 것도 훨씬 쉬웠다. 주식 시장에는 투자 리서치 하는 사람이 많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는 이런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경험과 투자 툴을 적용할 수 있는 내게는 이 디지털 시장이 블루오션이었다.”
– 디지털 자산, 과연 지속 가능할까? 투자자들은 왜 손해를 보고 있을까.
“간단하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이 커지면서 투자규모도 커진다면 그것이 ‘지속가능한 투자’다. 2017년부터만 생각해봐도 디지털 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몇 배 성장했다. 그 수익률을 고스란히 경험한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7년 이후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평균 50%다. 현재는 70%에 육박한다. 많은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은 채로 디지털 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46위까지의 종목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투자는 불가능하다. 물론 되풀이되는 역사처럼 현재 점유율 1위인 비트코인을 다른 디지털 자산이 차지할 가능성은 있다. 새로운 강자를 찾는 혜안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 비트코인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어떤 권유를 할 것인가.
“강하게 ‘사라’라고 조언을 할 것이다. 비트코인이 투자 1순위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아직 매수할 만한 가격대라고 보여진다. 구글이 처음 시장에 나와서 큰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난 뒤 성장이 멈췄는가. 구글 주가는 지금도 상승중이다. 비트코인 또한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많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한다고 하면서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 투자를 2017년 5월에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그 후 3~4배 올랐다. 이 즈음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 중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분들을 종종 본다. 주식시장에 비유해보자. 삼성전자에 투자해서 100% 수익을 얻는 대신 잘 모르는 작은 규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서 2000%의 수익을 냈다고 생각해보자.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주식시장에서 ‘시장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게 되기가 쉽다. 실제 2017년 말 비트코인이 6~7배 오를 때 알트코인들은 20~30배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트코인 점유율이 높아봐야 내가 더 낫다’라는 자신감이 생기기 쉬웠다. 하락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놓치기 쉬운 포인트다. 하락장이 왔을 때 비트코인은 50% 하락했다. 알트코인들은 99% 하락한 것들도 많았다. 처음 같이 투자해서 수익을 내던 사람들이 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선물 등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보는가.
“부정적으로 본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 다 해봤기 때문에 위험성을 알고 투자하지 않는다. 주식에 투자해본 적도 마진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운이 좋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얼마나 높은 이자율을 내면서 돈을 빌리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 따지지 않는다. 마진 거래 등은 성공률이 높지 않다. 권유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자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로 가져가고 있다. 에어드랍 등의 기회도 많이 살펴본다. 투자자들은 그런 것들을 찾으려 더 노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더리움 가격이 원화 35만원일 때 투자를 시작했다. 더 저렴한 가격에 투자를 시작한 분들 중 이더리움을 많이 잃은 분들을 종종 본다. 마진 거래나 파생상품 쪽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분들이 대다수다.”
– 이더리움의 전망은.
“약 10여년 전 식기세척제를 무엇이라고 불렀는가. ‘퐁퐁’이라고 불렀다. 퐁퐁은 브랜드 이름이지 식기세척제를 대변하는 이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설거지에 쓰는 건 ‘퐁퐁’이었다.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퐁퐁이다. 이걸 이겨내는 건 어렵다.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좋은 것은 다 안다. 비트코인이 시가총액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브랜드 파워’다. 비트코인은 그래서 가져가야 한다. 이더리움이 더 좋은 이유는 사실 여러가지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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