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탈금융(De-fi)’의 물결이 일고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뜨겁다. 관심의 초점은 과연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로 쏠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법무법인 등에서 전통 금융과 제도를 경험한 사람들 중 새로운 눈으로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본다. 이들이 바라보는 금융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블록미디어 신지은 기자] 이용재 작가는 전통 금융에서 일하다 디지털 자산에 매료됐다. 디지털 격변기가 몰려오는 금융가에서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의기투합해 <넥스트 파이낸스, 디지털 자산(가제)>이라는 책도 출판 준비 중이다. 그가 이토록 강하게 디지털 자산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디지털 자산 시대는 이미 1900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디지털 자산은 ㅇㅇㅇ이다’라는 질문에 답한다면.
“레고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거기에 값어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 디지털 자산 시대의 시작점은 어디로 보나.
“모든 자산 가치의 원천은 ‘정보’다. 정보는 곧 자산의 미래가치다. 한 마디로 정보에 값어치가 매겨진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자신들의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올바르게 하려면 정보가 과연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있는 사람이 혼자 알고 있는 정보는 주식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 않는가. 연결된 사회가 도래해야 정보에 가격이 매겨진다는 이야기다. 실체가 있는 자산에서 벗어나 정보라는 무형의 자산이 주류가 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 건 놀랍게도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인류는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었다.”
– 좀 더 자세한 사례를 들어준다면.
“모든 사람의 ‘연결’의 시작점이 된 핵심은 전화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1925년 공식 출범한 벨 연구소(Bell Labs)다. 벨 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미국의 독점 전화 회사였던 미국전신전화회사(이하 AT&T)의 연구 및 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네트워크라는 단어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때다. 전세계를 연결하겠다는 AT&T의 목표는 수 십 년이 흐른 뒤 벨 연구소가 세상에 내놓은 트랜지스터, 광섬유, 통신위성 등으로 구현되어 전 지구의 목소리는 물론 이미지와 데이터까지 연결했다. 실체가 있는 물질의 세계에서 벗어나 무게도 없고 보이지도 않으며 빛처럼 빠른 ‘새로운 자산’이 우리 시대를 다시 정의하게 된 시초다.”
– 디지털 자산 시장의 현재를 어떻게 보고 있나.
“비트코인이 탄생하면서 기존의 산업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혼란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해가 되는지 유익한지에 대한 평가가 발빠르게 이뤄졌다. 현재는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세계 국가들이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블록체인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블록체인에 동반되는 것이 ‘디지털 자산’이다. 강대국들의 다양한 블록체인 활용 전략에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안에서 펼쳐지는 산업들의 변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뒤엉켜서 빠르게 발전해나가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디지털 자산 시장이다.”
– 그렇다면 디지털 자산 시장의 미래는.
“‘데드 캐피탈’이라는 게 있다. 한 마디로 죽은 자본이다. 에르난데스 데 소토라는 페루 경제학자가 처음 이야기한 개념이다. 법적인 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국가에는 ‘데드 캐피탈’이 많다. 거래될 수 없는 자산이 많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는 블록체인과 자산 토큰화 같은 개념을 활용한 뉴 캐피탈이 부상할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캐피탈까지 더해져서 캐피탈 마켓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경제적 가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증권화 될 것이다. 금융업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해보자면, 경제적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자산화(증권화)되어 신뢰가 필요 없는 플랫폼(Trustless platform)을 통해 전세계 누구와도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거래되는 세상. 이것이 내가 바라보고 있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미래 모습이다.”
– 디지털 자산시장 격변기, 투자자 입장에서 진짜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는.
“블록체인으로 더욱 진화한 디지털 자산은 현존하는 모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을 합리적으로 예상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투자 및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역사, 금융, 투자, 화폐,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이 필수다. 이를 통해서만 시대의 구조적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고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가상의 것을 인정하고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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