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 대부분의 나라는 금융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 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도 많지 않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당연히 신용카드 이용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대출 내역을 기록하고 이를 신용도로 삼을 수 있다면 어떨까. 또 이들에게 암호화폐를 통해 대출 및 신용결제를 가능하게 하면 어떨까.
전 세계에 암호화폐 금융망을 구축하고, 금융 소외계층에게 암호화폐를 통한 금융 시스템을 선보이려는 곳이 있다. 미국 실로콘벨리에 자리 잡은 한국계 블록체인 기업 ‘글루와’다. <블록미디어>는 오태림 글루와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글루와, 어떻게 탄생했나.
“회사를 처음 창업했을 때 이커머스 플랫폼이었다. 그 곳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 제품들을 올려놨었다. 당시 해외에서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왔는데, 해외결제 방법에 쉬운 것이 없었다. 이 때 ‘비트코인을 받으면 어떨까?’부터 시작해 블록체인을 파고들게 됐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가격 등락이 심해 사용이 불편했다. 이런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당시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렇게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하게 됐고 이 때쯤 500스타트업에서 투자를 받게 돼 미국으로 회사를 옮기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 500스타트업에겐 어떻게 투자를 받았나.
“2016년 말이었다. 500스타트업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미팅을 가졌다. 그 때 은행망이 없어도 전 세계 어디든 송금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설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은행 계좌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계좌 없이도 송금이나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흥미롭게 본 것 같다. 당시 우리가 처음으로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개념을 이야기 했다.”
– 글루와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회사는 제품이 두 개로 나눠져 있다. ‘글루와 코인과 주변 상품들’, ‘크레딧 코인이라는 신용 대출 블록체인 상품’이 그것이다. 글루와 코인은 심플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ERC-20 토큰이지만 유저들은 가스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컨트랙트를 만들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유저 대신 회사가 블록체인에 기록을 해 주는 방식인데, 회사가 가스비를 대신 내준다고 보면 된다. 유저들은 글루와 코인을 가지고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크레딧 코인은 신용 대출 플랫폼이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줬다.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과 빌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각자 블록체인 오더북에 올려놓고 매치가 일어나 거래를 하기로 하면 거래가 되고, 해당 내역들이 블록체인에 기록이 되고, 이렇게 쌓인 기록들이 향후에는 신용평가에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 P2P 방식인가.
“그렇다. 다만 먼저 활성화 되는 것은 B2B쪽일 것이다. 현재 아일라 크레딧이 크레딧 코인을 위해 펀드 모집을 하는데, 개인보다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B2B가 활성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기업들이 일반 유저들에게 빌려주는 기록들이 쌓이게 되면 일반 유저들의 신용도가 생기고, 점진적으로 P2P 영역가지 넓어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송금 속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프라이빗 체인과 퍼블릭체인을 동시에 사용한다. 프라이빗에서 결제가 먼저 이뤄지고 나머지 거래 기록을 퍼블릭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은 프라이빗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서비스 운영자가 책임져야 한다. 카드사가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하듯, 우리도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 다른 디파이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글루와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유저들이 알아서 거래하게 하는 구조다. 중간자로서의 역할은 없다. 글루와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로 보면 된다.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하고 파트너사들을 모집하는 중이다.”
– 동남아쪽 사업이 많다.
“블록체인이라는 것 자체가 현재는 불편한 기술이다. 이것을 쓸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금융소외자들이다. 특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는 은행 계좌 개설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쓸 이유가 있다. 반면 한국은 은행이 발달돼 있어 대부분이 계좌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금융 소외층이 많은 동남아나 아프리카쪽의 니즈가 맞았고,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에 진출하기 용이했다.”
– 받아들이는 입장은 어떤가.
“이론적으로 봤을 때 적극적이다. 신용도 등이 형성이 돼 있지 않은 고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한데, 글루와 서비스로는 모든 것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신용도를 형성하고 대출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본다. 글루와는 국경이 없는 네트워크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선진국 고객들이 리스크테이킹을 통해 고금리로 동남아 쪽에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재 선진국과 후진국의 금융망이 끊어져 있는 상황인데, 블록체인을 통해 이를 다시 연결하고 금융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채워질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은행이 못하거나 안 하는 것들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본다.”
– 사용처 확보가 중요할 것 같다.
“나이지리아를 예로 들어보겠다. 현재 나이지리아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0.5%도 안 된다. 없다고 보면 된다.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은행이 신용 없는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줄 수 없으니 신용카드가 없고,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곳도 거의 없다. 우리는 이런 곳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점도 대출을 받으려면 앱을 깔아야 하는데, 여기서 신용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해주면, 매출이 없는 곳에 매출이 생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아일라 크레딧을 통해 받은 글루와 코인을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처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안중이다.”
– 다른 나라들의 규제 상황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되고 안 되는 부분이 명확하다. 미 금감원에서 사업이 가능한 부분과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발표하고 있어서, 불확실성이 없다. 반면 한국은 되는지 안 되는지가 불분명하다. 기준이 없다. 용감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면서도 될지에 대한 의심은 다들 할 것 같다. 다만 이런 것들이 나중에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 본다. 인터넷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은 국경이 없다. 그렇다보니 기술개발을 한국에서 하더라도 블록체인에 올려놔 버리면 주체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규제들이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을 국외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부의 흐름은 블록체인에 적극적인 곳으로 흘러 갈 것이고 한국에서는 점차 자본이 빠질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미국에 회사를 세운 이유 중 하나도 한국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 앞으로 계획중인 서비스가 궁금하다.
“비예치형 거래소가 나올 것이다. 현재 지갑을 출시해 놓은 상태다. 비예치형 거래소는 이 지갑들 안에서 이용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이다. 어떻게 보면 거래소라기 보다 비예치형 거래 기능을 지갑에 도입한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이고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글루와 코인을 이용한 신용결제 서비스도 출시한다. 신용카드로 결제 할 때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일라 크레딧과 같은 대출회사와 연계해 각 유저마다 신용 한도를 주고 신용 한도 내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출시 예정돼 있다. 추가로 예금계좌와 비슷한 서비스가 나온다. 쉽게 말하면 스테이킹 서비스와 비슷하다. 코인을 홀딩 하고 이자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물론 이용자들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다.”
– 글루와의 추구 방향이 어떻게 되나.
“회사의 사업 방향은 스위프트와 마스터카드 같은 인프라 개발을 추구한다. 국제 송금망이나, 카드 결제망처럼 글루와 망 안에서 자유롭게 송금,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좀 더 나아가서는 사용하는 기술을 일반 유저들이 모른 상태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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