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를 활용한 일반 금융서비스인데도 ‘디파이’로 소개돼 알려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내놓는 암호화폐 금융 상품이 ‘디파이’로 소개될 때다. 일례로 최근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디파이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 예치 이자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소개했다. 이용자가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이는 거래소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중앙화된 금융서비스로, 제3자의 개입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설계된 금융서비스인 ‘탈중앙화된 금융(Decentralized Finance)’으로 일컫는 ‘디파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소 헥슬란트 지난 9월 ‘탈중앙화된 금융 생태계 진단’ 보고서에서 “(현재) 대부분의 디파이 서비스는 프로젝트 주도하에 이뤄지는 금융 시스템”이라며 “이들은 분산 금융 서비스가 아닌 규제에 속하지 못한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로, 디파이란 단어보다 블록핀(Block-Fin·Blockchain Finance)의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 디파이는 일반 ‘암호화폐 금융’과 뭐가 다른가
디파이는 ‘탈중앙화된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준말이다. ‘탈중앙화’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구축된 분산 금융 시스템이다.
거래소들이 내놓는 일반 암호화폐 금융상품과 구별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자산을 관리하고 입출금할 수 있는 권한이 이용자 ‘자신’에게 있다는 점과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거래가 기록된다는 점이다. 헥슬란트는 보고서에서 “디파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거래 기록이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 중앙 주체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으며 네트워크 참여자는 언제든지 거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디파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선두주자는 메이커다오이다.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는 이용자가 직접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을 스마트 컨트랙트 계정에 맡기고 발행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중앙 주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자동 조절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더리움(ETH) 외에 이더리움 기반 토큰 혹은 토큰화된 자산 등을 담보로 예치할 수 있는 ‘다중담보다이(Multi-Collateral Dai·MCD)’를 내놨다.
컴파운드 또한 이더리움과 ERC-20 표준을 따르는 특정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주고,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블릭 플랫폼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디파이 상품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내놓는 금융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이미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 기반 암호화폐 위임 보상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코빗 또한 싱가포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업체인 메트릭스포트와 제휴를 맺고 예치, 커스터디 등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중개자인 ‘거래소’를 통해 운영되는 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들이다.
국내에서 디파이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 DXM을 들 수 있다. DXM의 첫 서비스인 블록체인 보상지갑 ‘트리니토(Trinito)’는 디바인 프로토콜 기반이다. 디바인 프로토콜은 서로 다른 퍼블릭 블록체인들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인 인터체인 프로젝트 오르빗 체인(Orbit Chain) 기반 기술이다. 다양한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보상받고, 예치한 담보로 다른 암호화폐를 대차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리니토는 앞서 언급했던 일반 암호화폐 금융서비스와 디파이와 구별되는 두가지 특징을 모두 지닌다. 트리니토 이용자들은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입출금 권한도 본인에게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출금 요청을 하지 않아도 본인 의지에 따라 출금이 가능한 것이다. 거래 내역도 공개된다. 트리니토 이용자가 트리니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암호화폐를 입금할 시, 오르빗 체인 전용지갑 주소가 주어진다. 이후 거래 내역은 거래 내역과 주소를 조회할 수 있는 오르빗체인 익스플로러(Explore)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만, 트리니토는 가입할 시 KYC(고객확인) 절차를 거친다. 이와 관련 DXM 관계자는 “현재 관련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암호화폐 금융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KYC를 도입했다”며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KYC 조차 꺼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으로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어 여건에 맞춰 디파이 서비스를 출시하려다 보니 KYC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디파이 초기 시장에서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현실적으로 중앙화의 장점과 탈중앙화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형의 디파이 상품이 시장에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디파이 프로젝트 관계자는 “이더리움이나 이오스와 같은 메인넷들도 탈중앙화의 정도가 다른 것처럼, 디파이 안에서도 탈중앙화의 비중이 다르다”라며 “중앙화된 상품은 거래 내역이 탈중앙화보다 투명하지 못하고, 탈중앙화된 상품이 중앙화된 상품보다 거래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각각의 단점이 있어, 이를 서로 보완하고 장점만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금융 서비스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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