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2019년은 거래소에게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중소 거래소가 파산하기도 했으며, 유사수신·사기 등의 혐의로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또한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량의 이더리움을 해킹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올 한해 거래소에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2019년 2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빈이 파산을 신청했다. 코인빈은 본래 야피존이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탄생했다. 2017년 야피존에서 55억원 상당의 해킹이 발생하자 야피존은 ‘유빗’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그 해 12월 유빗에서 또다시 170억원의 해킹사건이 발생해 운영이 어려워지자 코인빈이 유빗 거래소 영업을 양수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빗 전 대표는 코인빈에서 운영본부장 직책을 맡았다. 암호화폐 이체와 관련한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운영본부장이 이체 시 필요한 프라이빗 키를 삭제해 비트코인 520개, 이더리움 101개를 인출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고 결국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코인빈은 이를 이유로 지난 2월 파산을 신청했고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9년 3월. 강서구에 위치한 한 암호화폐 거래소 탑비트에서 대표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대표가 연락이 끊겼고 문자로 유서로 보이는 글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탑비트는 이를 이유로 “거래소 운영이 어려워졌으며 직원들을 모두 재택근무로 변경해 사무실에 찾아오더라도 응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살설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없던 대표가 3월 말 회사에 복귀했다. 당시 탑비트는 “대표가 고액 투자자로부터 협박을 당해 잠적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재 형사 고소를 진행중”이라며 고소장과 접수증을 스캔해 올리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난 12월 현재, 탑비트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로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5월. 보이스피싱 논란과 잦은 입출금 정지로 논란을 빚어온 트래빗이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계속된 보이스피싱 피해와 고객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이 발생했다는 것이 이유다. 당시 트레빗은 “여러 에어드랍 이벤트를 해봤지만 거래소 활성화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내부적인 문제와 경영여건 악화로 파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획파산’이 아니냐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당시 노노스가 트레빗을 인수하자마자 파산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재산을 암호화폐를 통해 국외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에 이용자 27인은 “해당 거래소는 파산절차를 통해 합법을 가장해 증거인멸을 하려는 것”이라며 트래빗 운영사 노노스 대표와 임원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업무상 배임,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2019년 6월. 지난해부터 출금 지연, 아토믹 스왑 문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암호화폐 거래소 올스타빗이 사이트를 완전 폐쇄했다. 해당 거래소는 시세조작은 물론 거래량 조작, 정체불명 코인 상장 등의 문제를 일으켰고 투자자들은 해당 거래소를 고소했다. 이후 대표 재산이 가압류 되고 신규 코인 상장에도 거래량이 0에 수렴하자 폐업에 들어갔다. 해당 거래소 대표는 올해 8월 고객 2만 6000여명으로부터 177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으며 거래소 직원 등 1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2019년 11월. 자금난에 출금을 중단하며 투자자들의 분통을 산 거래소도 있다. 국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는 수개월동안 출금을 정지했다. 꼼짝없이 거래소에 현금이 묶이게 된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이에 코인제스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출금 정지 이면에 자금난이 있음을 인정했다. 에어드랍으로 인해 세금 납부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고 현금운영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당시 코인제스트는 “주주들의 추가출자, 전환사채 발행, 경영진의 개인 출자 등을 통해 약 4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세금 환급 등을 통해 약 20억원이 추가로 들어올 것”이라며 “11월 말이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코인제스트의 출금은 재개되지 않고 있다.
11월 말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가 해킹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업비트는 긴급 공지를 통해 암호화폐 입출금이 중단됨을 알렸다. 이더리움 34만 2000개(약 580억원)가 알 수 없는 지급으로 비정상 출금됐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공지사항을 통해 이상거래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이체된 이더리움은 업비트의 자산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킹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보안 논란도 이어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급하는 ISMS가 무용지물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ISA는 “ISMS는 보안과 관련한 안전점검일 뿐 강력한 보안수단은 아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통해 자율규제에 책임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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