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기자]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하지 말고,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말하라’. 일찍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월가 파생상품 트레이더 출신 작가 나심 텔레브의 말이다.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에 참여 의사를 표했던 대기업들이 ‘기존 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다’는 규제당국의 눈치에 주춤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투자자들에게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말들은 많았지만 JP모건도, 페이스북도, 비자도 조용히 암호화폐를 향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기업인 인터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 백트(Bakkt)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2019년 주요 암호화폐 시장 이슈의 한 획을 그었다.
◆ 9월 출시 후 하루 2억원 그쳤던 거래량, 2달 만에 496억원으로
백트는 지난 9월 22일 오후 7시 55분 사전 거래를 시작했다. 그간 수차례 출시가 연기됐던 백트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관’들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백트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실물)을 주고받는 실물 인수도 방식을 택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거래가 시작되고 약 1달 간은 거래액이 미미했다. 시장의 실망세도 역력했다. 10월 1일에는 최저 거래액 20만 달러, 원화 2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거래량이 붙기 시작한 건 10월 말부터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지난 11월 5일 기준 1000만 달러를 넘겼다 원화 환산 약 117억원 규모다. 그 후 탄력을 받은 백트는 11월 26일 하루 거래액 4250만 달러(496억 여 원)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후 줄곧 하루 거래액 원화 환산 100억 원 대를 넘기고 있다.
◆ 백트 출시의 주역, 증권거래 전자화 이끈 ‘제프리 스프레쳐 ICE 대표’
다른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과감하게 암호화폐에 투자한 주역은 제프리 스프레쳐(jeffrey sprecher) ICE 대표다. 그의 지난 이력을 보면 그가 왜 백트 런칭에 적극 나섰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스프레쳐는 원래 위스콘신 출신의 엔지니어였다. 전자거래 플랫폼에 엄청난 가능성을 본 스프레쳐는 1000만달러에 컨티넨탈 파워 익스체인지(Continental Power Exchange)를 인수했다. 첫 거래 상품은 에너지 OTC였다. 2000년에는 골드만 삭스 등의 투자를 받아 ICE를 설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클리어 크레딧 LLC를 설립해 50조 달러 상당의 악성 신용부도스와프(CDS) 청산 작업을 맡았다. 불투명한 시장에 청소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ICE는 현재 CDS 청산의 96%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켈리 로플러 백트 CEO는 그의 아내이자 역시 17년 간 ICE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전자거래 플랫폼을 선점한 스프레쳐 대표가 백트로 차세대 금융을 선점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 스타벅스 손 잡은 백트..내년엔 개인 고객 공략할까
백트는 지난 2018년 8월 런칭을 알린 뒤 지금까지 1억 82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주요 투자사는 마이크로소프트 벤처캐피털 계열사인 M12와 판테라 캐피탈,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앨런 하워드, 스타벅스 등이다. 스프레쳐는 포츈지와의 인터뷰에서 “백트의 목표는 금, 사모펀드 등과 함께 비트코인을 인기 있는 대체 투자로 만드는 것에 있다”면서 “결국 우리가 커피에서부터 항공권까지 비용을 지불하는 모든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기관투자자가 주 고객층이지만 일반 개인도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스타벅스가 백트에 투자했다는 것이 복선인 셈이다.
실제 백트 상품 개발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블랜디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 10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일반 이용자들이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디지털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앱을 2020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라며 “소비자용 앱을 통해 각종 음식점과 상점, 온라인 쇼핑몰 등의 기업들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 2000만 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유저를 보유한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해진다면. 비트코인을 팔고 사는 형태가 아니라 백트 계좌에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주고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한 해가 백트에게 새로운 첫 걸음을 뗀 해였다면 2020년은 아마 걷기가 아닌 달리기를 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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