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가 중동 전운에 꺾였다.
미군의 공습에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사령관이 사망한 사태는 지금까지 제재를 앞세운 신경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월가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공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데 투자자들은 강한 경계감을 보이는 한편 이란의 보복과 무력 충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는 233.92포인트(0.81%) 하락하며 2만8634.88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23.00포인트(0.71%) 떨어진 3234.85를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71.42포인트(0.79%) 밀리며 9020.77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 지수는 1개월래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이란 군 사령관 사살과 3000여명에 이르는 중동 지역 군대 파병 소식에 뉴욕증시는 개장전 선물 거래부터 가파른 내림세를 연출했다.
국제 유가와 금값이 동반 상승했고,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엔화와 스위스 프랑 역시 상승, 안전자산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른 상승 모멘텀이 꺾였고, 당분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 심리와 주가 흐름을 쥐락펴락할 전망이다.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라크에서 양국이 전면전을 벌이는 시나리오를 크게 경계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치솟을 경우 충격이 금융시장과 경제 펀더멘털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3일간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애도 기간을 가진 뒤 ‘범죄자’들에게 과격하게 보복할 뜻을 밝힌 상황이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스티븐 샤바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당분간 금융시자은 ‘리스크-오프’ 기류를 보일 것”이라며 “앞으로 관건은 이란의 보복 시기와 강도”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에서는 미국 실물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이 나왔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올해 미국 경제가 2.00~2.25%의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전반적인 경기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을 예상하고, 현 수준의 금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대차대조표 확대 속도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연준의 12월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는 정책자들이 경기 하방 리스크를 주시하는 한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현 수준인 1.50~1.75%에서 유지할 뜻을 나타냈다. 일부 정책자들은 저금리 기조가 투자자들의 고위험 베팅을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구매관리자협회(ISM)이공개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하락했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하며,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8.8에 미달하는 결과다.
종목별로는 국제 유가가 3% 가량 뛴 가운데 에너지 섹터의 희비가 엇갈렸다. 엑손 모빌이 1% 이내로 하락한 반면 옥시덴탈 정유가 2% 이상 급등했고, 마라톤 정유 역시 0.3% 가량 완만하게 올랐다.
반면 항공주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유가 상승이 수익성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4% 이상 급락했고, 델타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역시 각각 2% 선에서 내렸다.
테슬라는 지난해 36만7500대의 제품을 인도,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소식에 3% 치솟았고, 록히드 마틴과 L3해리스가 3% 내외로 오르는 등 방산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higrace@newspim.com
http://m.newspim.com/news/view/2020010400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