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중국의 디지털화폐 전자결제(DCEP) 발행이 늦어지는 모양새다. 발행 시기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연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인데, 업계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가 연기됨에 따라 중국도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급할 것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민은행은 공식적으로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중국국제교류센터 황치판 부이사장은 “중국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시진핑 주석 또한 “블록체인을 핵심 기술로 삼아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광군절 기간중에는 디지털 위안화가 출시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중국의 DCEP 발행이 당장이라도 이뤄질 것만 같았다.
중국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하면서부터다. 당시 리브라가 출범하자 차이나 데일리는 “리브라보다 먼저 디지털 화폐를 출시해 통화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체인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의 통화바스켓(달러, 유로, 엔화, 파운드)에는 위안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리브라와 유사한 IMF 특별인출권(SDR)의 위안화 비중이 약 10.9%인 점을 고려하면 리브라의 ‘위안화 패싱’이 주목할만 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리브라가 발행되면 위안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을 우려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서둘렀고, 글로벌 디지털 화폐 시장을 선점해 달러와의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에 적극적인 사이 리브라는 규제의 벽에 막혀 주춤거리고 있다. 페이스북 CEO인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규제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리브라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마커스 칼리브라 CEO가 페이팔, 비자, 이베이, 마스터카드 등이 연달아 리브라 협회에서 탈퇴한 것과 관련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28개 참여 기업 중 7개 기업의 탈퇴는 리브라 출시의 동력을 잃게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브라에 대한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리브라가 주춤하자 중국도 디지털화폐 발행에 서두를 것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당장 최대 경쟁상대가 주춤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최초 디지털 화폐를 무리하게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은 “법정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언제라도 발행할 수 있다는 작년도 발언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인민은행의 발표 중 ‘점진적인 디지털 화폐 연구 개발’이라는 표현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디지털 화폐가 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발행 사례가 없고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리하게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연구가 상당히 진척된만큼 발행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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