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뉴욕증시는 이란과의 확전 가능성을 누그러뜨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계기로 장중 사상 최고치까지 랠리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이 중동에서 물러나고 있는 듯 보이며, 미국은 무력 사용은 자제한 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확전을 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는 161.41포인트(0.56%) 상승한 2만8745.09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는 15.87포인트(0.49%) 오른 3253.05로 마감됐다. S&P500지수는 장중 3267.07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완전히 가시지 않은 중동 불안 탓에 장 후반 상승분을 다소 반납했다. 나스닥 지수는 60.66포인트(0.67%) 전진해 9129.24에 마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UBS 소속 아트 카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웠으니 안도 랠리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국민 연설에 앞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미군 기지 고역이 “정당방위”였음을 강조하면서 긴장 고조나 전쟁 추구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점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트윗에서 “모든 것이 괜찮다”고 강조한 점도 시장 안도감을 부추겼다.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 마이클 오로우루케는 증시가 트럼프 연설 전에도 조금씩 위를 향하고 있었는데, 연설에서 미국이 평화를 원하는 자와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장 안도에 불을 지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매우 유화적이었으므로 모두가 이를 긴장 완화로 받아들인 것 같고, 그 덕분에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무력 사용은 자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몰리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짓눌렸다. 간밤 7년여래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금 선물 2월물 가격은 이날 0.9% 밀린 온스당 1560.20을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유가 급등 등의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난 금요일 다우지수가 1개월래 최대 낙폭을 기록, 랠리가 꺾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과거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에도 약세장 장기화로 이어진 적이 드물다.
바클레이즈 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양국 간 대치 상황 이후 3개월이 지난 뒤 오히려 평균 3% 가까이 올랐고, 6개월이 지나면 평균 상승 폭이 5.5%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여객기 보잉 737-800기가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다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잉 주가는 2% 가까이 밀렸다.
보잉은 지난 2018년 10월과 지난해 3월 737맥스기 추락으로 이미 350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초래했으며, 이로 인해 737맥스의 전 세계 운항이 금지된 상황에서 이번 소식까지 전해져 타격이 예상된다.
또 미국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스부츠얼라이언스는 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주가가 6%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대형 건설업체 레나는 양호한 실적 발표 덕분에 1% 가까이 올랐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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