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백트(Bakkt)에 이어 시카고상품거래소(CME)도 13일(현지시간) 비트코인(BTC) 옵션 상품을 공식 출시했다. 미국이 비트코인 투자 관련 ‘헤지 수단’을 갖춰나가면서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비트코인 투자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CBOE(시카고옵션거래소)가 사상 최초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 데 이어, CME도 후발 주자로 시장에 참여했다. 이들은 그간 금융 제도권 밖에 존재하던 비트코인 시장과 제도권 금융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CME 공지에 따르면, CME 비트코인 옵션 계약 단위는 CME 비트코인 선물 1계약이다. 1계약 기준은 5BTC다. 최소 거래금액은 25 달러이며, 거래시간은 미국 중부 표준시(CT) 기준 일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5시~오후 4시이다.
◆ CME에 시장 기대 높은 이유는
특히 CME의 비트코인 옵션은 출시되기 이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JP모건의 글로벌 시장분석가인 니콜라오스 파니거트조글루(Nikolaos Panigirtzoglou)가 이끄는 애널리스트 팀이 CME의 비트코인 선물에 대한 높은 관심이 곧 출시될 비트코인 옵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니콜라오스 파니거트조글루 분석가는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대비 CME의 선물 계약이 단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규모에 주목했다. 그는 “CME의 비트코인 선물 미청산 계약이 지난해 연말 대비 69% 늘었다”며 “이러한 강력한 수치는 미청산 계약 참여자들 가운데 곧 출시될 CME의 비트코인 옵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배경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미성숙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CME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 더욱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는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의 경우 만기일에 비트코인을 인도받아야 하는데, 이를 수탁할 만한 커스터디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상태”라며 “커스터디 기술 완벽성이 떨어지고 해킹 이슈가 여전히 있어 이에 민감한 기관투자자들은 당연히 만기일에 달러(현금)로 거래하는 CME 비트코인 선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계약 만기일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비트코인 가격의 차익을 ‘달러(현금)’로 주고받는 반면, 백트 선물은 ‘비트코인’ 실물을 제공해야 하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다.
◆ 선물에 이어 옵션도…”BTC, 금융상품 면모 갖춘다”
옵션(option)은 선물(futures) 개념의 연장선상이다. 선물 계약은 특정 물품 및 금융상품의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미리 사고, 내릴 것 같으면 미리 팔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옵션 계약은 미래 일정 시점에 특정 기초자산을 정한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래에 해당 자산의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미래 일정 시점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내릴 것 같으면 반대로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가지고 거래하는 것이다.
미국이 백트에 이어 CME의 비트코인 선물 옵션도 승인하면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제도화된 금융상품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에서 ‘투자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기대 수익률과 리스크 관련 객관적 수치 등이 있어야 하고, 리스크를 대응할 헤지(리스크) 수단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비트코인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헤지 수단이 중요한데, 이는 선물 매수·매도와 옵션 매수·매도 기법들이 갖춰져 있어야만 어느 정도 헤지가 가능하고 안정된 기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비트코인 관련 선물, 옵션 등으로 나아가는 것은 ‘비트코인’이 금융상품으로서 투자자들에게 기능할 수 있도록 면모를 갖추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 ‘기관’ 유입 이끌까
이같은 미국 당국의 움직임에 시장은 추가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미성숙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옵션이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원 가치의 A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일주일 뒤에 이를 사들일 권리인 콜옵션을 100원으로 팔았다고 하자. 일주일 뒤에 A 자산이 950으로 떨어져도, 이 거래가 성사되면 이 사람은 콜옵션을 팔아 거둬들인 수익(+100원)이 가격 하락 규모(-50원)보다 더 크므로 결론적으로 50원의 수익이 생긴다. 콜옵션에 투자한 사람의 입장에서 거래를 원치 않으면 애초에 옵션을 사들인 금액만 지불하고 거래 권리를 포기하면 된다. 즉, 옵션을 파는 사람, 사들이는 사람 모두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또한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옵션은 암호화폐 사업에 진입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 작용한다”며 “이번 CME 비트코인 옵션 출시로 기관에서는 불투명하고 고위험 마켓인 암호화폐 시장에서 위험을 낮추고 투자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통 금융시장 관계자는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과 옵션을 승인하면서, 금융공학적으로 효율적인 투자 전략과 매매 기법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애초에 선물이나 옵션은 리스크 헤지수단 기능이 커 이러한 기법들이 대거 시장에 적용될수록 비트코인 시세는 점점 더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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