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의 블록체인 사업이 2020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인터넷 플랫폼 강자들의 맞대결인데, 시작부터 다른 행보를 보여온 이들이기에 누가 시장을 선점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 거대 인터넷 플랫폼은 블록체인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회사를 통해 메인넷 기술을 개발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비슷한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어떤 플랫폼이 성공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 프라이빗 세일의 ‘카카오’ vs 자체 투자의 ‘라인’
거대 인터넷 회사의 자회사로 시작한 블록체인 기업이지만, 자금을 모금하는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암호화폐 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모금하는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했다. 다만 내국인을 포함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토큰이 판매되지 않았고 국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만 토큰세일이 진행됐다.
토큰 판매가 진행되다보니 토큰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자신들이 그라운드X가 발행한 ‘클레이’를 가지고 있다면서 공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테스트넷에서 발행된 ‘테스트 클레이’를 진짜 클레이인 것처럼 속여 파는 행위도 나타났다. 클레이가 발행되기 전 시점에 일부 공구업자들이 프라이빗세일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일부 물량을 계약서 형태로 제공받고 공구에 이용하고 있다고도 알려졌지만, 계약서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은 어렵다. 다만 당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도 코인을 판매하지 않았으며 시장에 나와있다고 주장하는 물량은 모두 사기”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라인은 투자금을 따로 모금하지 않았다. 링크(LINK)라는 코인을 발행했지만 ICO등의 자급모금은 하지 않고 모회사의 투자금으로 기술이 개발되고 코인이 발행됐다. 거래소에 풀린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는 라인이 토큰을 100% 소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라인도 링크 공구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희우 언블락 대표가 “라인이 모든 토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물량이 외부로 나갈 수 없다”고 단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인과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매출 없이도 약 2년간 외부 투자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라인이 블록체인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 확장에 나섰을 때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외연 확대 vs 집중화
라인과 카카오는 토큰판매 여부에서 알 수 있듯 외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큰세일을 진행한 카카오의 그라운드X는 투자사들을 모집한 것과 비슷하게 거버넌스 카운슬을 모집했다.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은 클레이튼의 기술, 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과 클레이튼 합의 노드(Consensus Node) 운영을 담당한다. 또한 거버넌스 카운슬에 속한 기업들에 클레이튼 기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LG전자, LG상사, SK네트웍스, GS홈쇼핑, 한화시스템, 셀트리온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바이낸스, 필리핀 유니온 뱅크 등 2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에코시스템 파트너 20곳, 초기 서비스 파트너로 40여곳, 비앱 파트너로 15곳이 참여중이다.
반면 라인은 외연 확대보다 플랫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초 라인의 최우선 목표는 라인의 암호화폐 링크를 일본 내에서 거래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라인이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대부분의 유저가 일본에 있는 만큼 일본의 제도권 내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 암호화폐를 합법적으로 상장하고 거래하려면 일본 금융청(FS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코인 화이트리스트’라고 불리는 이곳에 등재되지 않은 암호화폐는 일본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기 어렵다. 라인은 화이트리스트 등재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지난달 30일 “링크를 오는 4월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FSA가 관리하는 ‘코인 화이트리스트’에 링크를 등재하기 위한 준비를 준비중이며 향후 일본 내에서 정식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은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화이트리스트 등재가 완료되면 라인은 일본 내 서비스에 본격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어질 지갑 대결, 결국 ‘글로벌’
라인과 카카오는 모두 자체 암호화폐 지갑을 출시할 예정이다. 양사 모두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해당 메신저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시켜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실제 라인의 이용자는 일본에서만 8000만 명을 넘어섰고 글로벌 이용자로는 약 1억 6000만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또한 국내 대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하며 약 44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라인의 블록체인 월렛은 라인ID와 연동될 예정이다. 또한 라인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맥스와도 연동돼 라인 어플리케이션 안에서 손쉽게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라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의 포인트도 라인의 링크체인을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가 되면 토큰화 할 수 있어 거대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진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일본에는 라인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어플리케이션들이 존재한다. 라인은 서비스를 점차 늘려가면서 일본 이용자를 확보한 후 동남아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도 올 상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클립은 출시와 동시에 카카오톡에 탑재된다. 클립이 카카오톡에 탑재되면 클레이튼 파트너사들의 암호화폐 보관은 물론, 디앱의 카카오톡 연동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는 국내가 우선이지만, 카카오도 글로벌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국내와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27개의 파트너사가 있고 점차 글로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서밋 2019’ 자리에서 “클레이튼은 리브라 등 다른 컨소시엄보다 앞서나가고 있으며 내년에는 아시아 최고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한편 링크 코인이 화이트리스트 등재를 위한 준비에 나서는 등 블록체인 분야에서 성과가 두드러지자 카카오도 성과를 내놓아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연기를 거듭해왔던 암호화폐 지갑 ‘클립’이 조속히 출시돼야 하며, 카카오의 암호화폐 ‘클레이’가 국내 거래소에 상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용했던 라인과 비교해 떠들썩했던 카카오가 오히려 블록체인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클립 출시와 클레이 상장을 통한 서비스 확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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