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규제 공백에 업계가 울상이다. 사업을 시작했다가 접는 곳이 나타나는가 하면 백서까지 내놨다가 규제 공백에 의한 불확실성에 사업을 철회하는 곳도 나타났다. 업계는 첫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규제가 될 특금법이 적절한 규제환경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규제의 공백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에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사업을 접는 곳도 나오고 있으며 계획을 세워놓고 실제로는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곳도 생겨났다. 기대해 볼 만한 구석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 윤성로 위원장이 규제로 인해 산업이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윤 위원장은 “혁신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혁신해 기업과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도전과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블록체인 업계는 그 신호탄이 특금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불확실성에 업계 울상… 규제 공백에 사업 시도 못하는 곳도
지난 19일 왓차의 리버스ICO 프로젝트인 콘텐츠 프로토콜이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규제 불확실성과 사업 전망 부족’이 이유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카카오의 클레이튼과 파트너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사업 중단 이전까지도 서비스가 지속되고 있어 갑작스런 사업 중단은 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디앱이 성공한다면 리버스ICO 프로젝트 중에 사례가 먼저 나올 것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콘텐츠 프로토콜의 사례를 지켜 본 한 업계 관계자는 “왓차의 IPO가 사업 종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는 것도 블록체인 업계의 슬픈 단면”이라면서 “법적 규제가 없어 사업도 힘든 상황에 ‘나쁜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콘텐츠 프로토콜의 사업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리버스ICO 프로젝트들에 대한 걱정도 커져갔다. 리버스ICO의 경우 기존 서비스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입혀 빠르게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거나 아직까지 실적이 나오지 않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지면서 사업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리버스ICO를 진행한 한 프로젝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규제 공백으로 인해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자니 불확실성이 커져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리버스 ICO 프로젝트 관계자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블록체인을 붙이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면서 “그러나 잘 되고 있는 기존 사업에 당장 블록체인을 접목해 불확실성을 높이는 도박을 할 이유는 없다. 현재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며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규제나 회계 처리의 체계가 없다는 점은 새로운 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됐다. 실제로 기존 자동차 관련 앱을 통해 10만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만들어낸 한 기업은 블록체인을 해당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백서까지 내놓고 대형 컨퍼런스에서 발표도 진행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기 직전, 블록체인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규제가 모호하고 사업이 불확실한 영역에 투자하기 보다 기존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 대표는 “현 시점에서는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하기보다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면서 “내년 시장 분위기나 규제 흐름을 보고 사업 재개 시점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코 앞에 온 특금법… 업계 규제 신호탄 돼야
블록체인 업계가 가장 소망하고 있는 것은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는 규제가 전무한 사실상의 ‘공백’ 상태인데, 어떠한 사업도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다. 국내 한 거래소 관계자는 “규제를 만들어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 준다면 산업도 이를 인지하고 명확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안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 말했다.
다행히 업계가 염원하던 첫 블록체인 규제안이 눈 앞에 와있다. 2월 임시 국회가 열리게 됨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하고 있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처리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법사위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등 아직 어려움은 남아있지만, 업계는 특금법이 쟁점법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번의 본회의가 예정돼 있고 특별한 쟁점 법안이 아닌 만큼 이번 임시 국회에서는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를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특금법의 본회의 통과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블록체인 업계에 가해지는 첫 번째 규제법안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특금법을 신호탄으로 적절한 규제가 마련돼 블록체인 산업이 규제의 틀 안에서 적법하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이 가지는 의미는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화 된다는 측면도 있지만, 업계에 만들어진 첫 번째 규제 법안이라는 의미가 크다”면서 “특금법을 시작으로 적절한 규제 체계가 만들어져 산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또한 “특금법이 통과되면 거래소 및 암호화폐 업계가 제도권으로 올라오는 만큼, 사업을 하는 다른 곳들을 규제하는 다른 방안들도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특금법 통과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또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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