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암호화폐 업계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준수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특금법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특금법은 3월 내 공포가 이뤄지게 되며 공포한 시점부터 1년 후인 2021년 3월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특금법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고제 ▲KYC 및 자금세탁 방지 의무 ▲이용자 별 거래내역 분리 등의 의무가 포함됐다.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특금법에 따라 현재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특금법이 시행되고 6개월 이내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들은 특금법 준수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특금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 시행 이후 문제가 될만한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거래소는 업비트다. 업비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총칭하는 단어인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변경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경우, 자산의 실체가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고객들에게 정확한 서비스 방향성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향후 여러 유형의 디지털 자산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자산 거래가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대 거래소를 비롯해, 한빗코도 암호화폐 대신 ‘디지털 자산’으로 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빗코의 예치 이자 서비스인 ‘Bulldax’의 명칭은 ‘Bull Digital Asset eXchange’의 약어다. 또 내부적으로도 암호화폐 대신 디지털 자산으로의 변경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빗코 관계자는 “FATF 권고안이 나왔을 때부터 암호화폐 용어의 변경을 준비해 왔다”면서 “해당 팀에서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후오비 코리아는 성급한 용어 변경 보다는 향후 정해질 용어를 택하는 방향을 택했다. 후오비 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는 있었다”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용어는 향후 쓰이는 표기에 맞춰 변경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명시된 ISMS 인증(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certification)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SMS 인증은 해당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정보, 산업 기밀, 개인정보 등의 중요한 정보 및 인프라 시설 자산이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관리되고 있음을 국가 공인의 인증 기관으로부터 평가심사를 받아 보증받는 제도로, 기업이 정보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인증 수단’이다.
기존 영업중인 거래소들이 내년 9월까지 ISMS 인증을 갖추고 신고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고팍스, 한빗코만이 ISMS 인증을 받은 상태이며, 후오비 코리아, 캐셔레스트, 포블게이트 등은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및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대책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계속되는 보이스피싱으로 홍역을 겪은 코빗은 원화 입금 시 72시간 이후에 잔고가 통장에 반영된다. 암호화폐를 출금할 시에는 최대 48시간의 출금 심사가 진행된다. 후오비 코리아 또한 보이스피싱 방지 및 자금세탁 방지의 일환으로 출금 제한시간을 늘렸다. 기존 72시간이었던 최초 원화 입금 후 출금 가능 시간을 120시간 후로 늘렸다. 코인 출금, C2C 이동 시에도 출금 가능 시간을 입금으로부터 120시간 이후로 제한했다. 다만 원화 입금이 처음이 아닌 경우 원화 출금에는 시간 제한이 없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쪽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금법에서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금법에는 가상자산 사업자 및 가상자산의 범위, 금융사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요건 등이 시행령에 위임됐다. 시행령은 통상적으로 법률 시행 2~3개월 전에 확정된다. 따라서 특금법 시행령도 내년 1월은 돼야 확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금법 시행령 위임사항 중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요건 등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법의 성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금융위가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국장은 “협회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중이기도 하고 업계 의견을 취합해 필요한 업무를 진행 중”이라면서 “다만 업계와 정부가 협의해야 하는 만큼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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