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n번방’의 운영자가 성 착취 동영상 판매의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으면서 암호화폐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익명성’과 ‘추적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암호화폐가 범죄에 온상이 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실상은 거래소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용할 경우 더 쉽게 잡힐 수 있다. 이번 사건도 거래소와 구매대행사를 이용해 추적이 가능한 경우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암호화폐를 범죄에 이용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된다.
최근 n번방 사건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동영상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해당 동영상 비용을 지불하는 등 범죄행위에 가담한 것이다. 피해자 가운데는 미성년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해당 채널에 가담한 이들은 비트코인·모네로 등의 암호화폐를 일종의 ‘후원금’ 명목으로 지불했다. n번방과 유사한 텔레그램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도 암호화폐를 입장료 명목으로 받았다.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범죄를 은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암호화폐 세탁을 통해 추적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구매대행업체와 거래소의 협조를 통해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희망과 달리 신원이 드러나게 됐다.
이들이 이용한 수법은 회원들에게 구매 대행사나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매하도록 한 뒤 해당 방 운영자가 지정한 주소로 전송하게 하는 방식이다. 박사 등 운영진들은 이렇게 수령한 암호화폐를 세탁 과정을 거친 뒤 거래소 등을 통해 일부 현금화했다.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이 주로 받은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더리움·모네로 등이다. 이 중 모네로는 일명 ‘다크코인’으로 익명성이 최대 강점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소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과는 반대로 모네로를 전송할 경우 송금액, 주소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 강력한 익명성과 추척이 불가능한 특성 때문에 각국 수사기관이 골머리를 썩기도 했다.
지난 5일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금법은 3월 내 공포를 거쳐 1년 뒤인 2021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되게 된다.
특금법은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암호화폐 관련 권고안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다. ‘규제’를 위한 법안으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특금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KYC(고객확인)가 강화되며 거래소는 자금세탁 방지의 의무가 주어진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 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며 FIU는 신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 신고가 거부당한 거래소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은행들은 거래소가 FIU에 미신고하거나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거래를 종료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겠다는 법안인 ‘특금법’은 n번방 등이 입장료로 받아온 ‘암호화폐’에 대한 추적을 용이하게 만든다. 신고요건을 충족한 엄선된 거래소들만 운영이 가능하고, 해당 거래소 이용자들과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송금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되기 때문이다. 현금을 이용한 자금세탁보다도 추적이 쉽다.
현재도 대부분의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KYC를 시행중이다. 휴대폰 인증은 기본이며 본인 명의의 통장인증과 함께 신분증을 들고 찍은 셀카를 제출해야 하는 곳도 있다. 심할 경우 영상통화를 통한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거래소에 가입한 이들이 본인인지, 누구인지 명확히 확인되는 것이다. 조주빈이 거래소 지갑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전송받았을 경우 모든 거래 내역에 대해 추적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 지갑을 통해 거래소에 전송했다 할지라도 거래소는 신원이 명확히 확인되기 때문에 전송된 지갑을 기반으로 역추적이 가능하다.
현금화를 위해서는 P2P 거래가 아닌 이상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자금세탁 방지에 한 몫 한다. 특금법을 통해 범죄에 암호화폐를 악용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다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국내와 다른 기준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
한편 국내에서 모네로가 상장된 거래소는 빗썸과 후오비코리아 두 곳이다. 후오비코리아의 경우 거래량이 0에 수렴해 사실상 거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에서는 빗썸이 유일하게 모네로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창구다. n번방 사건이 터지고 거래소들은 경찰로부터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빗썸과 후오비코리아도 해당 공문을 수령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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