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으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없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각국에서 재외선거 사무가 중단됨에 따라 실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선거인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이처럼 불의의 사태로 국가적 중대사인 선거가 제대로 실시될 수 없는 일이 현실화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투표 제도 도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들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보다 투명한 정부와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는 2018년 6월 예비선거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인터넷 투표를 미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 지역에서는 유권자의 얼굴을 인식해 정부 발급 신분증 사진과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보츠(Voatz)라는 모바일 투표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 거주 유권자들의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IoT)이라는 개념을 가진 오늘날의 연결된(Connected) 세상에서는 기존 컴퓨터 뿐 아니라 수 많은 비컴퓨터 기기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투표 측면에서 이렇게 큰 네트워크와 예비 처리 능력이 있을 때 이를 바탕으로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블록체인을 이용한 투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투표를 그동안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투표는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하려는 단계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미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의 보고서는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자 장점이 ‘탈중앙화’이지만 투표를 통한 선거행위는 본질적으로 중앙집중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기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 보장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특히 블록체인 투표는 비밀번호 키 생성, 메시지 암호화, 해시 계산, 데이터 서명, 블록체인 네트워크로의 투표 기록 전송 등 유권자 쪽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 많은데 결국 이들을 선거관리기관이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투표, 특히 새로운 기술인 블록체인 방식을 활용한 온라인 투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해당 선거가 100% 투명하고 신뢰 가능하다는 것부터 증명해야 한다. 표 하나하나가 중복되지 않은 실제 인간 유권자에 의해 행사되고 정확히 집계된다는 사실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 당국은 블록체인 투표를 당장 도입할 경우 유권자들의 신뢰를 보장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