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블록체인 시장에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 처럼, DID(Decentralized Identifier) 시장에도 대기업들이 뛰어 들었다. 국내 주요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분산ID 활성화를 위한 연합체가 구성된 것이다.
지난해 1월, 통신 3사(SKT, KT, LGU+)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험형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이름은 ‘이니셜 DID 연합(initial DID Association)’으로 확정됐다. 이니셜 연합은 지난해 7월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 수행을 계기로 형성된 연합체다. 해당 국책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ID/인증 네트워크 기반 금융, 통신, 교육 분양 서비스 개발 및 응용 확산을 위한 것으로 각종 제증명 서비스, 비상장 증권거래 서비스 등에 DID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 증명서, 모바일 지갑에 담는다… 한계는 ‘규제’
이니셜 연합은 올 상반기에 앱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해당 앱은 각종 증명서 등을 담을 수 있는 ‘지갑’ 형태로, 별도의 앱으로 개발, 출시된다. 연내까지 70여 종의 전자 증명서를 담을 수 있도록 하고 금융기관 및 대기업의 증명서 원본 확인 서비스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각종 증명서들을 전자문서화 하면 발급·제출 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고 위·변조가 불가능해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 이니셜 앱에는 필요한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필요에 따라 조회·관리·제출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전자계약서 기능을 도입해 서명 및 보관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이용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관리하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 ‘자기주권신원’ 시스템이 구축된다.
다만 규제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 중심 서비스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샌드박스를 받은 다른 연합체에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의 경우,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본인인증을 DID로 진행해 인증 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는 규제 특례를 받았다.
이니셜 DID 연합은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그 범위를 점차 늘려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니셜 DID 연합 관계자는 “규제 부분은 블록체인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니셜 연합은 앱을 런칭한 이후 점차 서비스를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라면서 “모든 것을 완성시키고 앱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내놓고 점차 완성시켜 가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니셜 앱에 어떤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들어갈지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업계는 지난해 수행한 국책과제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T, 코스콤 등이 함께 한 국책사업이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각종 제증명 서비스는 물론, 비상장 주식거래와 같은 부분들이 포함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 대기업이 강점… 네트워크 테스트 진행
이니셜 연합의 최대 강점은 ‘대기업’이다. 현재 참여 중인 14개 기업 중, 중소기업은 없다. 주도기업 통신 3사를 포함해 KEB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현대카드, BC카드 등의 금융권 기업들과 삼성전자, 코스콤, CJ올리브네트웍스, 삼성SDS가 이니셜 멤버로 속해 있다.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타 연합체와 달리, 대기업이 주도하고 파트너사인 대기업에서 이용하기 때문에 타 연합체보다 빠른 확산이 가능하다. 이미 확보한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적용과 동시에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통신 3사들은 SKT PASS 기반의 본인확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빠른 서비스 확산을 성공시킨 경험도 있다.
이니셜의 DID 기술이 잘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농협은행은 양재동에 위치한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농협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사원증을 도입했다. 이니셜이 제공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적용된 첫 상용 서비스다.
농협의 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이니셜의 DID 네트워크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 것인데, 최근 건물 리모델링을 마쳐 디지털 관리 체계를 위한 인프라가 확보됐다는 점이 DID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다만 농협의 모바일 사원증 서비스는 이니셜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뿐, 이니셜이 내놓은 서비스가 아니어서 네트워크 안정성 확인 등 제한적인 부분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모바일 신분증이 계속 이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초 3월까지 정해진 테스트 기간을 4월로 늘렸지만, 아직까지 실용성 부분에서 큰 진척을 이뤄내지 못했고 플라스틱 카드형 사원증이 가진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모바일 신분증과 관련해 여러 기능을 넣어 보려고 회의를 계속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아직까지 플라스틱 카드형 신분증이 편리하고 상징성이 있어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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