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블록체인이 하나의 주변 기술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요즘, 역시나 블록체인 그 자체를 연구하는 기업도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논스랩’의 고덕윤 대표를 만나봤다.
– ‘논스랩’ 이라는 의미가 궁금하다.
“랩을 붙이면 기술 집약적 기업이라는 느낌이 있어 붙였다(웃음). 사실 논스는 블록체인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논스라는 단어는 블록체인이 발굴한 단어이기도 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의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푸는 것을 ‘논스’라고 했다. 우리도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논스라고 이름 붙였다.”
–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궁금하다.
“많은 블록체인 회사들이 기업형 블록체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반면 우리는 블록체인을 가지고 일반 사람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B2B 사업과 함께 B2C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일반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블록체인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는 회사’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 회사를 설립한 계기가 있다면?
“비즈니스 블록체인이라는 책이 있다. 그 곳에 블록체인의 법칙이라고 해서 포춘쿠키와 비슷한 것이 있다. 포춘쿠키는 맛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기대하고 먹는 측면이 컸다. 블록체인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보다는 조금 더 빠른, 조금 더 좋은 블록체인만을 개발하는데 치우쳐 있었다. 이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나는 블록체인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기술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것을 서비스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팀원들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설립을 결심했다.”
“예비 창업 패키지라고 해서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당시 서강대학교에 소속돼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하게 됐는데, 운이 좋게 덜컥 선정이 됐다. 자고 일어나니 대표가 돼 있는 경험을 했다(하하). 대표가 되고 나니 무거운 마음이 생기고 책임감이 강해졌다.”
–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가 궁금하다.
“우선 지갑 기술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1/4 정도가 주인이 없다. 이는 프라이빗 키 분실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블록체인의 한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보관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한 부담일 수 있다. 따라서 프라이빗 키를 휴대폰 인증을 통해 자신의 소유권을 인증하면 이를 암호화폐 보관해 주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하면 개인이 프라이빗 키를 분실했다고 해도 휴대폰 인증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면 프라이빗 키를 재발급 받는 것도 가능하다. 키 분실의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핸드폰 인증은 국내에 한정돼 있어 글로벌 서비스가 어렵다. 이를 위해 ‘특별한 기억’을 통한 본인인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람들은 여행에 대해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상과 다른 기억이기 때문이 이런 기억은 자세하고 오래 간다. 다만 같이 갔던 사람들의 중복성과 같은 문제가 있어 고민 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열심히 연구 중이다.”
“가장 중점으로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마곳’이다. 이는 마을 곳곳 이라는 것의 준말인데, 개발이 거의 완료됐다. 본래 8일에 예정됐던 커피엑스포에 출품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이 참에 제품을 좀 더 개선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0.9 버전까지 개발을 마친 상황이다.”
“마곳은 토큰이코노미를 어떻게 일상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서비스다. 우리 주변에 있는 상점들에 중점을 둔 서비스다. 이들은 자신만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커피샵에서 발행한 코인으로 커피를 팔거나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순환되면서 토큰이 가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었다. 돈이라고 하는 것은 ‘신뢰’만 있으면 이뤄지는 것이다. 서로의 신뢰만 있다면 얼마든지 구성이 가능하다.”
“우선적으로는 스탬프 서비스를 기획했다. 온라인으로 스탬프를 찍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스탬프를 통해 데이터를 모집하려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썼다는 데이터가 스탬프에 담겨있다. 이런 정보를 광고 플랫폼과 연동하는 것이 목표다. 중소상인이 가장 취약한 것이 마케팅이다. 특히 온라인 마케팅은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스탬프를 통해 중소상인들이 정확한 타겟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해 광고를 하고 싶을 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 서강대에서는 어떻게 블록체인을 연구하게 됐나?
“첫 시작은 비트코인에 대한 공부에서 시작됐다. 교수님의 지시였다. 처음 비트코인을 연구하라고 했을 때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같은 것을 왜 연구하나 싶었다. 그래도 지시사항이니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어렵게 공부했다.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다 EBS의 다큐멘터리였던 ‘자본주의’라는 다큐를 보게 됐다. 이를 보고 법정화폐의 실체와 자본주의에 충격을 받아 화폐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를 당시 연구하던 비트코인과 비교하면서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국가에서 양적 완화 등을 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그대로 현금을 주로 들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반면 부동산, 금 등을 소유한 이들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은 이유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법정화폐를 믿고 의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안화폐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 많은 블록체인 사업자들이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기술 자체의 특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것인데 블록체인은 불가역적 데이터이기 때문에 삭제할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STO가 불법인 문제도 있다. 사업적으로는 은행과 일하다보니 암호화폐 지갑의 신원인증 등을 모두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마다 모두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 송금액도 한정돼 있어 제한적인 부분들이 많다.”
“이런 부분보다 사실 원화의 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있다. 신용도로 따졌을 때 대한민국의 신용도보다 애플의 신용도가 더 높다. 만약 애플이 ‘우리 고객들은 애플이 발행한 애플화를 통해 제품을 사고팔고 하게 할 것’이라 한다면 사람들은 원화를 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규제의 벽에 막혀있긴 하지만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화폐를 발행한다고 하면 우리가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원화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 논스랩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은 팀원들이 많이 희생하고 있어 팀원들에게 어떻게든 그들의 노력에 보상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 목표는 서비스가 퍼져나가면서 일반 사람들이 ‘블록체인은 이런 것이었구나’, ‘비트코인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구나’ 라는 인식의 전환을 끌어내고 싶다. 비트코인은 많은 일반 사람들의 자산이 금융가들에게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워서 만들어진 것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채굴됐을 때 기록된 용어가 ‘오늘도 연방은행에서 구제금융을 결정했다’였다. 정말 서민을 위한, 서민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금융이 비트코인, 블록체인이다. 이런 부분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인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트코인을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달러보다 신뢰도가 높은 것이 비트코인이라 생각한다. 최근 안 좋은 일에 암호화폐가 쓰이는 일이 있었지만, 악용하는 사람의 잘못이지 비트코인 자체의 잘못은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봐줬으면 한다. 앞으로 긍정적인 곳에서 많이 이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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