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최근 바이낸스KR이 우리은행과의 벌집계좌 분쟁에서 승리했다. 바이낸스KR의 경우처럼 지금까지 은행-거래소 간의 계좌 관련 소송에서 은행에 승리한 적이 없었는데, 특금법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지난 18일, 법원은 우리은행이 바이낸스KR을 상대로 취한 ‘금융거래 중단조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봤을 때 바이낸스KR의 계좌가 ‘금융거래 종료 사유’로 정한 ‘자금세탁 등의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어렵고, 은행에서 권고한 ‘가상통화 취급 전 고지’ 의무를 다했기에 중단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KR은 법인계좌를 통해 고객들의 예치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코인이즈, 비트소닉, 벤타스비트는 법원에 ‘거래정지조치금지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특히 코인이즈는 농협이 낸 이의신청에서도 승리를 거둬 벌집계좌 이용을 놓고 벌인 분쟁에서 은행의 주장이 근거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법원은 “실명확인입출금계정서비스를 이용할 명확한 의사가 있음에도 이를 제공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현실적 상황이 있음을 주목했다”며 “금융위 가이드라인의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의 자유나 관련 시장의 위축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금융위 가이드라인의 취지만을 강조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은행에서 벌집계좌를 이용해 운영하는 거래소에 대해 거래중단 조치를 취하는 근거는 금융위원회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객이 신원확인 등을 위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여 금융회사 등이 고객확인을 할 수 없는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에 고객이 본인 확인을 위해 제공한 정보가 신뢰할 수 없어 사실상 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과 동일한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등은 자금세탁의 위험도가 특별히 높다고 판단해 금융회사가 금융거래를 거절하거나 종료할 수 있다.
법원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함으로써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결정 내용 중 핵심은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긴급명령에 해당하지 않는 행정명령은 관련 법에 근거해 시행돼야 하나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은 어떤 법에도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법원은 코인이즈의 소송에 대해 거래소의 손을 들어주며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은행이 입금 정지를 통보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특금법이 시행되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특금법은 법령에 따라 실명확인계좌 발급 요건이 명시되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은행은 실명확인계좌를 정당하게 발급하지 않을 수 있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할 수 없으며 벌집계좌를 통한 거래소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거래소가 기대하는 것은 특금법 상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요건을 시행령을 통해 완화하기로 한 점이다. 현재 실명확인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곳 뿐이나 시행령을 통해 조건이 완화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거래소들이 앞다퉈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위해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계좌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만, 거래소가 특금법 이후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인증(ISMS)’이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현재 거래소 중 ISMS를 취득한 거래소는 6곳 뿐인데, 외국계 거래소의 경우 ISMS 인증이 더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거래소 중 본사와 오더북을 공유하는 경우, ISMS 인증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특금법 이후 살아남는 곳은 사실상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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