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카카오의 초기 투자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성장한 두나무지만 카카오와의 블록체인 산업 협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두 회사가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으며 대표자들이 막역한 사이인 점을 들어 향후 협업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4일 두나무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주주로는 송치형 의장(26.8%)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랐으며, 김형년 두나무 부사장(14.3%)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11.7%), 카카오(8.1%), 우리기술투자(8.0%),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7.0%), Qualcomm(6.5%), 카카오청년창업펀드(2.7%)가 주주로 있었으며, 기타로 분류돼 공시에 나타나지 않는 주주가 14.9%를 보유 중이다.
두나무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률은 표면상 8.1%에 불과해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 보이지만, 타 주주와 연결 상황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은 카카오가 60.6%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며, 카카오청년창업펀드 또한 카카오가 36.7%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해당 회사의 총 지분을 합치면 두나무에 대한 카카오 연결실체의 지분율은 22.4%에 달한다. 송치형 의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지분율이다.
카카오는 두나무를 연결재무제표상 관계회사로 분류했다. 관계회사란 지분률을 20% 이상 보유했으며 해당 회사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다만 카카오는 두나무에 대해 “단순 투자기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카카오를 등에 업고 있는 두나무지만, 카카오와의 블록체인 사업 연계는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카카오와 두나무 모두 협업 보다는 각자의 블록체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성장한 두나무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기존 사업영역은 물론, 블록체인/암호화폐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비 블록체인 산업으로는 ▲B2B 거래 솔루션 제공업체 ‘퓨처위즈’ ▲핀테크 투자 서비스 ‘두나무투자일임’을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사업으로는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 했으며 ▲루트원소프트 ▲람다256 ▲디엑스엠(DXM)을 설립해 지갑서비스, BaaS서비스, 디파이(De-FI) 서비스 등을 본격화했다. 두나무가 이들에 투자한 금액만 923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클레이튼’을 출시했다. 클레이튼은 클레이튼 운영에 관여하는 거버넌스 카운실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카카오, LG 일레트로닉, SK네트웍스,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바이낸스, 후오비, 필리핀 유니온뱅크, 에버리치 그룹 등의 글로벌 기업들도 참여 중이다.
클레이튼 생태계에 참여한 기업들의 수도 상당하다. 이니셜 서비스 파트너로만 46곳이 참여 중이며, 클레이를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 중인 곳도 13곳에 달한다. 약 60개 이상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같은 카카오를 등에 업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사업 연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라운드X가 발행한 암호화폐 ‘클레이’는 업비트 인도네시아/싱가포르와 일본계 거래소 리퀴드에 상장됐을 뿐, 업비트를 포함한 어떠한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지 않다.
업비트에 상장되는 클레이튼 계열의 암호화폐도 많지 않다. 현재 원화마켓에 상장된 클레이튼 계열 암호화폐는 클레이튼으로 스왑되기 전부터 상장돼 있던 코스모, 캐리프로토콜과 최근 상장된 픽션네트워크가 전부다. BTC 마켓으로 확장해도 보라, 데이터 등 채 10종이 되지 않는다.
두나무와 카카오가 서로 경쟁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 두나무의 람다256은 BaaS(Blockchain as a Service) 개발을 통해 ‘루니버스’ 생태계를 구성했다. 카카오에서는 클레이튼 생태계가 이와 비슷하며 별도 서비스로 KAS(Klaytn API Service)를 준비 중이다. KAS는 BaaS와 매우 흡사한데, 블록체인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어떤 식으로든 카카오-두나무 간 블록체인/암호화폐 협업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카카오 출신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17년 12월 취임한 이석우 대표는 두나무로 대표직을 옮기기 전까지 카카오의 공동대표직, 조인스 공동대표직을 역임했으며, 현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도 NHN시절을 함께 보냈다. 아직까지도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업적으로도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현 정부가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은 점은 카카오에게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 탑재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 출시가 연기되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미룬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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