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스팀 블록체인에서 하드포크를 통해 탄생한 하이브의 가격이 4월 23~27일 동안 7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후오비 글로벌·바이낸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에 잇따라 상장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상장 과정에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스팀 하드포크 이후 상황은?
3월 2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스팀(Steem) 블록체인 하드포크가 진행된 이후 1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스팀잇(Steemit)과 하이브(Hive) 커뮤니티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우선 증인에 큰 변화가 있었다. DPoS(위임 지분증명)은 대의 민주주의의 국회의원처럼 한정된 인원에 해당하는 증인이 블록체인을 관리한다. 하드포크 이전에는 스팀잇 커뮤니티에 다년간 활동한 서양 개발자 및 초기 물량 보유자들이 주축을 이뤘으나, 현재는 한국 증인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그 공백의 자리에 하이브가 만들어지고 증인이 구성됐다. 하이브 증인은 옛 스팀잇 증인이 거의 그대로 옮겨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진과 인프라의 변동도 중요한 변화였다. 옛 스팀잇 핵심 개발자들이 하이브로 상당수 이동했기 때문에 종종 서비스 지연이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하이브는 개발 분야에선 비교적 안정화가 됐지만, 인프라를 다시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대형 거래소에 잇따라 하이브를 상장시킨 것도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4일동안 7배 넘게 오른 하이브…그 배경은?
4월 23일 0.12달러 선을 유지하던 하이브는 후오비 글로벌(Huobi Global) 상장 소식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상장 시간은 4월 23일 오후 3시였다. 이후 4월 27일에는 바이낸스(Binance)가 하이브 상장을 공지했다. 바이낸스 상장 당일 하이브는 0.9달러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월 28일 오후 3시 현재는 급등세가 조금 가라앉은 0.6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급등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경우 하이브 상장이 4월 27일에 진행됐지만, 입출금 오픈은 4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이는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종종 이뤄진 ‘가두리 펌핑’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두리 펌핑이란 거래소가 특정 코인의 입출금을 막았을 때, 다른 거래소 시세와 괴리가 발생하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해당 정책을 실시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가격 조작에 대한 의문을 품은 바 있다.
#한국 유저에겐 지급 안 된 하이브…저스틴 선은 어떻게 하이브 받았나
하이브 상장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커뮤니티에서 계속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스팀잇을 인수한 트론(TRON)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에 대한 것이다. 저스틴 선은 인수 이후 옛 스팀잇 증인들과 갈등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옛 스팀잇 증인들이 하이브를 따로 만든 뒤에 ‘커뮤니티 탈중앙화에 반하는 행동을 한 유저에겐 하이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이브 측은 하드포크 이후 기존 스팀 유저들에게 1:1 비율로 하이브 코인을 분배한 바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하이브 측의 의지에 따르면 사실상 저스틴 선과 그의 편을 든 세력에게 에어드랍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
한 스팀잇 한국 유저에 따르면, 실제로 326명에 이르는 한국 스팀잇 유저들이 하이브 물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저스틴 선은 고스란히 하이브 물량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초창기 옛 증인들과 저스틴 선이 다툼을 벌일 때 바이낸스가 저스틴 선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것을 언급하며, 바이낸스의 하이브 상장이 의도적이라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바이낸스와 저스틴 선이 하이브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입출금을 잠그고 상장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 스팀잇 한국 유저는 “거래소를 통해 하이브 물량을 받은 경우에는 하이브 측에 찍힌 블랙리스트라고 하더라도 물량을 지급받을 수 있다”며 개인 지갑이 아닌 거래소 지갑은 특정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저스틴 선이 해당 루트로 하이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의혹으로 남을 수 있는 지점은 매우 소량이긴 하지만, 저스틴 선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계정이라고 밝힌 개인지갑에서도 하이브를 받았음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르면 하이브 측의 지급 배제 시스템이 처음부터 허술했거나,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필자는 스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https://joind.io/market/id/1915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