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맘(Crypto Mom’으로 알려진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이 “디지털달러의 등장이 민간화폐 등, 다른 디지털화폐를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해 양자 간 공존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암호화폐에 집중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피어스 위원의 임기는 6월 말까지다. 그간 암호화폐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온 그의 부재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피어스 위원은 “특정 인물이 아닌, 명확한 규제가 하는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달러, 민간 화폐와 공존 가능
4월 28일(현지시간) 피어스 위원은 암호화폐 전문 업체 크립토 파이낸스 컨퍼런스(Crypto Finance Conference)와 회상 인터뷰에서 “최근 부상한 디지털달러가 민간화폐 같은 타 디지털화폐를 위협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사적 영역의 디지털화폐가 사라질 거라 보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중앙은행이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게 적합한지 고민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민간 차원의 디지털달러 연구가 한창이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Christopher Giancarlo) 전(前)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주도로 디지털달러 재단이 지난 1월 출범했다. 3월에는 전 재무부 직원과 전 CFTC 임원 등이 다수 포함된 24명의 자문위원회 명단도 공개했다. 재단은 디지털달러를 도소매 분야 및 국제 결제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피어스 위원은 디지털달러에 관한 논의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디지털화폐는 암호화폐를 비롯한 사적 영역의 디지털 화폐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대중의 관심을 일으켰다는데서 유의미하다”며 “사람들의 두 화폐의 장단점을 따져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달러, 사생활 침해 우려 있다
하지만 디지털달러가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어스 위원은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기 앞서 사생활 보호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은 정부 혹은 제3자가 거래를 엿보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위안(DCEPㆍ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도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다. 당초 중국이 DCEP를 발행하려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거래 내역을 확인, 추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 대한 자기결정권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내놓지 않으면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는 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달러가 국민의 민감 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려면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피어스 위원의 주장이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당국의 흥미 일으킨다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의 흥미를 유발한다고 피어스 위원은 말했다. 그는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지, 증권법의 기타 항목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내 발행 예정인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9년 7월 SEC가 리브라가 증권인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전해졌다. 리브라가 증권으로 판명되면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발행하기 전에 S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기 6월 말까지… 유임 가능성 있어
오는 6월 피어스 위원은 SEC 위원직을 내려놓는다. SEC에 소속된 5명 위원의 임기는 5년이며, 각 위원은 상원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피어스 위원은 2017년 6월 부임해 오는 6월 5일 임기가 만료된다. 그간 암호화폐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던 그가 조만간 SEC를 떠난다는 소식에 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어스 위원은 “적합한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는 유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특정 인물보다는 명확한 규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닌, 구조를 쌓아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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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