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비트코인 반감기를 며칠 앞두고 비트코인 옵션시장의 미결제 거래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결제 거래 잔고 증가는 반감기 이후 가격 하락에 대비한 투자자들의 헤지 전략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코인데스크는 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파생상품 리서치 회사 스큐(Skew) 데이터를 인용, 데리빗(Deribit), 레저X, 백트, OKEx, CME 5개 거래소의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 거래 잔고가 10억달러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2월 14일 기록한 기존의 사상 최고치 9억7000만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 3월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 거래 잔고는 4억1000만달러까지 축소됐다.
옵션은 정해진 날짜 또는 그 이전에 기저 자산을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매도할 권리를 부여하는 파생상품 계약으로 콜옵션은 매수 권리, 풋옵션은 매도 권리를 뜻한다. 옵션 미결제 거래 잔고는 특정 시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청산되지 않은 계약의 숫자를 가리킨다.
옵션 미결제 거래 잔고 급증은 풋옵션 또는 하락 베팅 수요 증가 때문으로 추정된다.
데리빗의 파생상품 트레이더 겸 분석가 토니 스튜어트는 “3월 폭락 사태 이후 풋옵션은 주로 가격 하락에 대비한 보호 수단으로 매입됐다”면서 “시장이 랠리를 펼치면서 풋옵션 축적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미결제 거래 잔고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콜옵션 가격 대비 풋옵션 가격을 측정하는 1개월 풋-콜 스큐(skew)가 최근 -3%에서 9.1%로 상승한 것은 스튜어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수치가 플러스 영역에 진입한 것은 풋옵션 수요가 콜옵션 수요를 앞서면서 풋옵션 가격이 더 비싸진 것을 가리킨다.
옵션시장이 풋 성향으로 기울어진 것은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가격 하락에 대비한 투자자들의 헤징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 3차 반감기는 내주 초로 예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2016년 7월 9일 2차 반감기를 겪은 뒤 4주에 걸쳐 30% 하락했다.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반감기 이후 가격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물과 선물 시장의 롱포지션에 대한 헤징(폿옵션) 도구를 매입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코인데스크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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