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5월 12일 오전 4시 반경, 비트코인 세 번째 반감기가 도래했다. 앞서 두 차례 반감기를 거친 후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반감기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예상만큼 오르지 않았고, 때마침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상태다.
#”반감기, BTC 가격 상승 요인 아냐”
업계는 반감기 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안 오른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글로벌 암호화폐 벤처캐피털 해시키 캐피털(Hashkey capital)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반감기 후 반드시 불마켓(bull market)이 오리란 보장이 없다”며 “과거 두 차례 땐 반감기 후 곳곳에서 가격 상승 시그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굴 업체 ViaBTC 창립자 양하이포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앞서 반감기 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가격은 지난 10년간 공감대 형성과 자금 유입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2012~2014년, 2016~2018년 두 차례에 걸쳐 100배 이상 가격 상승을 한 게 반감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채굴업에는 어떤 영향이?
반감기에 직격탄을 입는 건 바로 암호화폐 채굴업이다. 채굴 보상이 절반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채굴자들의 수입이 쪼그라든다는 의미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요동하면 채굴자들의 부담도 훨씬 가중된다.
채굴자의 움직임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해시레이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시레이트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이는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을 믿고 해시파워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는 의미다. 해시레이트가 급격히 하락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8년 말인데,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낙폭을 피하지 못했다. 상당수 채굴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파산하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말~4월 초였다. 코로나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폭락한 결과였다. 지금은 코로나 전으로 해시레이트가 회복한 상태다.
문제는 반감기 후 해시파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채굴비용도 오른다는 점이다. 관련 통계를 보면 비트코인 현재 가격 대비 비트메인 앤트마이너S19 프로, 선마M30S+ 등 신형 채굴기의 전기료 비중이 50%에 육박한다(전기료 1kWh당 64원 기준). 일일 순이익은 반감기 전보다 약 66% 떨어지게 된다. 현재 가동되는 채굴기 중 절반은 제로(0) 마진 상태다.
해시키캐피털 관계자는 “반감기 후 경쟁력을 잃은 일부 채굴자들은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물론 채굴업은 난이도 조정 등 자동 균형 매커니즘이 있어 영구적 채굴난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렇다 해도 반감기가 채굴 시장에 미치는 타격은 극심하다는 입장이다.
#돌파구는 어디에?
이를 우려한 일부 채굴 기업은 일찌감치 대안을 마련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채굴 부진을 만회한다는 시도다.
대표적 사례가 ViaBTC가 개설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엑스(CoinEX)다. 코인엑스는 100% 예치금을 마련해둔 몇 안 되는 거래소 중 하나다. 우지한 비트메인 설립자가 세운 디지털자산 금융기업 메트릭스포트(Matrixport)와 협력해 암호화폐 자산을 하드월렛에 저장, 안전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또한 덱스(Dex) 메인넷인 코인엑스 체인(CoinEx Chain)을 선보이고 탈중앙화 기반 거래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코인엑스 일평균 이용자 수는 전달 대비 100% 가량 증가했다. 이란과 인도네시아 이용자 수는 각각 188.9%, 133.6% 늘었다. 신용카드 결제 등을 통해 거액의 법정화폐-암호화폐 간 교환을 지원하는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암호화폐가 자산 피난처 역할을 한 것도 이용자 급증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이처럼 채굴자들은 더 이상 본업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ViaBTC처럼 거래소 사업에 뛰어든 채굴 기업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고 채굴기 제조사 비트메인과 카나안은 인공지능(AI) 칩 개발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https://joind.io/market/id/2086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