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클레이튼의 암호화폐 클레이의 지닥 상장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상장 문제로 블록체인의 본질까지도 이야기 되고 있다. 블록체인이지만 블록체인의 가치를 갖지 않은 반쪽짜리 블록체인이기에 나오는 논란이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만들어낸 클레이튼은 블록체인이지만, 비트코인처럼 완전한 탈중앙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거너번스 카운실이라는 운영 주체가 존재하고 있어 이들이 클레이튼 모든 의사결정권을 나눠 갖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클레이튼 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 클레이튼이 반쪽짜리 블록체인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중앙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반쪽짜리 블록체인이라는 점이 이번 지닥 상장 논란의 중심이 아닐까. 클레이튼 입장에서는 중앙화됐기 때문에 상장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을 통한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통 블록체인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클레이튼의 클레이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다른 암호화폐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고 상장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상장은 프로젝트와의 협의를 거친다. 반대로 협의를 거치지 않는 것 또한 일반적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재단과 협의를 거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블록체인’이라서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 시스템이 없다. 시스템의 주인이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누구나 시스템을 살펴보고 참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블록체인을 통해 탄생한 암호화폐 상장에 대한 거래소들의 생각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대표들의 발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클레이를 상장시킨 지닥의 한승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거래소는 독립적인 검증 및 심의기관으로 역할을 하며 심사대상에게 상장이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임하지 않는다”며 “프로젝트들과 소통하는 것은 바라는 일이고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려는 입장이지만, 최종 의사결정 부분은 지닥의 독립적인 권한이다”라고 말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한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차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나 주고받을 수 있고 사고팔수 있는 암호화폐가 있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을 만드는데 어떤 부분이 잘못됐을까?”라며 “무슨 문제가 있어서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컨트롤 하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 또는 티머니 같은 형태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프로젝트들은 ‘도둑 상장’이나 ‘납치 상장’, ‘무단 상장’ 등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블록체인의 가치가 탈중앙화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협의를 거친 공식 상장된 거래소를 안내하는 것이 전부다. 거래소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클레이튼은 아직 반쪽짜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블록체인이기에 당연히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 협의가 없었다며 파트너십 해지 등을 논한다면, 클레이튼을 완전히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거래소의 태도도 아쉽다. 블록체인이기에 상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프로젝트가 상장을 미뤄 온 이유를 생각해보고 상대와 협의할 수 있었다면 최대한 논의를 했어야 했다. ‘고작’ 상장 때문에 프로젝트의 미래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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