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JOA] 5월 12일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블록당 12.5BTC에서 6.25BTC로 줄어드는 세 번째 반감기가 도래했다. 업계에서는 반감기 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1~2차 반감기 후의 가격 추이, 공급량 감소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특히, 전자에 주목하는 입장이 많다. 비트코인은 2012년 11월 첫 반감기 이후로 1년간 무려 8000% 가격 상승을 했고, 2016년 7월 2차 때도 600%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차례 반감기 후 비트코인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다 보니, 3차 반감기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거래소들, 반감기 기대 UP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잇따라 낙관론을 내놨다. 지난 4월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크라켄(Kraken)의 데이브 리플리(Dave Ripley)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역사상 반감기 후 1년간 비트코인은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며 “이번에도 시장에 새로운 참가자들이 유입되고,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팍스풀(Paxful) 설립자 래이 유세프(Ray Youssef)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두 차례의 반감기 후 비트코인 수요와 가격은 전대미문의 상승세를 보였다”며 “물론, 과거 패턴이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시장에 신규 이용자가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의 주관적 견해라는 비판도 있다. 비트코인 거래가 생업인 거래소 입장에서는 ‘반감기=가격 상승’을 맹신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감기가 진작 가격에 반영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4월 30일(현지시간) 렉스 소콜린(Lex Sokolin) 컨센시스 글로벌금융기술 공동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반감기는 이미 누구나 알 만한 소재”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비이성적이고 단기적 시각에 집중돼 있다”며 거래소들과 반대 입장을 폈다.
#새로운 변수 등장, 코로나19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번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예고 없이 터진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공포로 휘감았다.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감염됐고, 사회 시스템은 마비됐다. 경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며 코로나발 경제 위기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결국, 지난 3월 글로벌 증시는 대폭락장 사태인 ‘검은 목요일’을 맞게 됐고, 그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도 500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반감기를 두 달여 앞둔 때였다.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경제 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섰다. 시중에 돈이 대량 풀리자 자산 가격은 줄줄이 하락했고, 갈피를 잃은 돈은 비트코인에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반감기 이슈까지 겹치자 비트코인은 그 어떤 자산보다 빠르게 회복세를 띠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코로나19가 악재 아닌 호재라는 평가를 내놨다. 제미니 관계자는 반감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닉스 라이(Lennix Lai) 오케이이엑스 금융시장 총괄은 “반감기는 암호화폐 시장의 긴축정책”이라고 비유했고, 써니 제인(Sunny Jain) 카이버스왑(KyberSwap) 제품 총괄은 “반감기는 비트코인 수요를 늘려 WBTC 등 비트코인과 연계한 코인 거래량도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폭넓게 내다봤다.
#전세계 실업난 심각한데, 거래소는 호황?!
기대감은 사업 확장과 대규모 채용으로 이어졌다. 크라켄은 올해 25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가 최근 300명으로 늘렸다. 바이낸스는 1분기에만 기존의 25% 인력을 충원했다. 현재 임직원 수는 1000여명에 달한다. 코인베이스와 오케이이엑스도 해외 인력 채용에 나선 상태다. 이는 세계 경제 위기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현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는 와중에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는 반대로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반감기나 코로나 이슈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뀐 결과라는 이야기다. 비트코인이 다른 금융 자산을 대체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 제공업체 코인메트릭스(Coinmetrics)의 닉 카터(Nic Carter) 공동 설립자는 “일반인 사이에서 암호화폐가 새로운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호재 업고 등장한 거래소, 에이프로빗
지금 같은 시기에 맞춰 론칭하는 신생 거래소들도 있다. 에이프로빗(APROBIT)이 대표적이다. 에이프로빗은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에이프로코리아가 준비 중인 거래소로, 5월 말 프리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일부 서비스를 먼저 개시한 다음, 추후에 전체 서비스를 여는 그랜드 론칭을 할 예정이다.
에이프로빗은 코로나 위기와 반감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트파이넥스와 오더북(호가창)을 공유해 풍부한 유동량을 공급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비트파이넥스는 코인마켓캡 유동성 기준 2위인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USDT)의 관계사이기도 하다. 기존 중소 거래소의 경우, 거래 유동성이 낮아 거래 체결 지연 등이 골칫거리였지만 에이프로빗에선 이를 우려할 필요가 거의 없다.
또 다른 특징은 에이프로빗이 ‘연합형 거래소’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에이프로빗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세계 유수 기업들과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선다. 여기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핀테크 기업, 장외거래(OTC) 플랫폼, 아시아 최대 암호화폐 ATM 기업 등이 다수 속해 있다.
소셜 투자 플랫폼 이토로의 ‘카피트레이더(CopyTrader)’에서 착안한 투자 정보 커뮤니티 전략도 눈에 띈다. 카피트레이더는 다른 거래인과 투자ㆍ거래 정보를 공유해 거래를 하도록 한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다른 거래인의 거래를 학습한 뒤 본인의 투자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자신의 전략을 공유한 이용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에이프로빗도 투자 고수의 트레이딩 팁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그 대가로 고수에게 보상하는 커뮤니티를 개설한다. 이를 통해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들의 수익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다.
에이프로빗 관계자는 “반감기와 코로나 이슈 등이 겹치며 암호화폐를 투자 피난처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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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