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채굴된 이후 약 11년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주소가 5월 20일(현지시간) 움직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해당 주소가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런데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문제의 주소가 크레이그·클레이만 소송 문서에 크레이그 라이트의 것으로 명시돼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거래는 어떤 과정으로 일어났을까
블록체인 개발 회사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추적에 따르면 11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이 주소는 두 차례에 걸쳐 분산 이동됐다. 총 50BTC의 자금을 10BTC와 40BTC로 나눠서 알 수 없는 소유자에게 송금한 것이다. 여기서 40BTC에 해당하는 자금은 세그윗(Segwit, 2017년 일어난 비트코인 업데이트) 이전의 레거시 주소(Legacy Address)로 돌아간 것이 확인됐으나, 10BTC는 불분명한 곳으로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두 차례에 걸친 이 송금 방식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최초로 비트코인을 보낸 패턴과 유사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해당 비트코인을 역사상 처음 받은 인물은 할 피니(Hal Finney)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주소는 크레이그 라이트가 보낸 것이 확실한가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주소는 17XiVVooLcdCUCMf9s4t4jTExacxwFS5uh이다. 그런데 코인텔레그래프가 이 주소에 해당되는 것이 크레이그·클레이만의 소송 문서에도 그대로 나온다는 보도를 내자,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 박사의 사토시 설이 다시 점화됐다. 소송 문서에 있는 문제의 주소가 크레이그 라이트 박사의 소유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크레이드 라이트는 자신이 사토시임을 거듭 밝히며, 그가 주도하고 있는 비트코인SV의 정통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코인텔레그래프가 라이트 박사의 변호사인 안드레스 리베로(Andres Rivero)에게 사실 관계를 묻자 “아직 답변할 수 없다.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때 연락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결국 문제의 주소가 라이트 박사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주소 확인 여부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
해당 주소가 라이트가 송금한 것이 맞는 걸로 판명된다면 그대로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는 셈이다. 다만 11년만에 이동된 주소라고 해도, 그것이 나카모토 사토시의 것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10년 이상 비활성화 상태로 잠겨있는 비트코인의 액수만 140만 개에 달한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해당 주소의 소유주를 가려낼 수 있다.
반면 주소가 라이트가 송금한 것이 아닌 걸로 판명될 시, 7월에 열리는 크레이그·클레이만 소송전이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다. 소송 문서에 라이트의 소유로 기록된 다른 주소 리스트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문가들은 해당 주소가 라이트의 것이 맞느냐를 떠나, 사토시의 소행일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 사토시의 거래 행적을 다년간 조사한 RSK(루트스탁) 디자이너 세르지오 데미안 레르너(Sergio Demian Lerner)는 “사토시가 아닐 뿐만 아니라 할 피니가 채굴한 비트코인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코인 메트릭스 창업자 닉 카터(Nic Carter)도 “사토시가 채굴한 블록은 특정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해당 주소의 블록에는 그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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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