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발행에 참여하는 암호화폐 ‘리브라(Libra)’. 현재 리브라는 각국 규제에 막혀 발행 및 운영되지 않고 있다. 리브라 연합의 목표는 올해 안에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플랫폼을 가동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리브라를 판매한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정황상 리브라 사칭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상장 전 리브라를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뉴스 공유하다 리브라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채팅방
최근 텔레그램에 ‘리브라 한국 공식 채널’이라는 단체 채팅방이 등장했다. 채팅방 참가자 수는 약 2,800명이고, 주로 리브라와 페이스북 관련 뉴스를 공유해 왔다. 그러던 중 이 채널은 본색을 드러내며 리브라 판매에 나섰다. 채널 운영자는 “리브라 초기 투자자로서 리브라 코인을 들여왔다”며 “상장 전 리브라를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홍보했다. 구매 및 상담 문의 링크를 누르면 채팅방 운영자와의 1대1 대화 링크로 연결된다.
이들의 홍보 내용과는 달리 리브라는 아직 발행조차 되지 않았다. 규제 당국의 반대에 가로막혀 계획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리브라 연합은 규제당국의 의견을 수용해 통화바스켓 기반의 단일 암호화폐 대신 각국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를 연동하는 암호화폐 여러 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리브라 달러 △리브라 파운드 △리브라 유로 등의 방식이다.
리브라 연합은 올해 내 암호화폐 발행 및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리브라 한국 공식채널 채팅방 운영자가 어떤 법정화폐와 연동된 리브라를 판매한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상장 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지만, 리브라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지도 알 수 없다. 설령 상장하더라도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가격 변동이 없기 때문에 사전 구매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이들은 스스로를 리브라 초기 투자자라고 칭했지만 리브라에는 개인 투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브라 연합에 참가하는 각 기업이 1,000만 달러(약 123억 원)을 출자해 플랫폼 초기 운영 비용을 충당한다.
이들이 리브라를 판매한다는 소식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일부 정보 공유방에서는 “스캠이다”라며 투자자의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스캠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운영자는 채팅방을 폐쇄했다.
해외에서도 빈번한 리브라 사칭 사기…가짜 SNS 계정·피싱사이트 만들어 투자자 현혹
리브라 사칭 사기는 해외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첫 번째 백서를 발표한 2019년 6월 이후 페이스북 또는 리브라를 사칭한 SNS 가짜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수십 개의 가짜 계정, 페이지,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며 “일부의 경우 피싱 사이트를 만들어 리브라를 싸게 판다고 유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브라 ICO 참여 기회를 주겠다는 트위터 계정, 텔레마케팅을 통해 리브라를 판매하는 조직 등 수법도 다양했다.
리브라 판매뿐 아니라 리브라를 활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사기도 많았다. 일례로 업리브라(UPlibra)라는 회사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리브라의 사명을 이어받는 장외거래(OTC)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밝힌 리브라 거래 플랫폼은 노비(Novi) 전자지갑과 이를 탑재한 왓츠앱 및 페이스북 메신저 뿐이다. 현재 업리브라 홈페이지는 신규 가입 불가 상태다.
권리 없이 리브라 판매할 경우 ‘사기죄’ 성립 가능
법률전문가는 아직 발행 전인 암호화폐를 파는 거래 유형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물이 나오기 전, 현물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보다 져럼한 가격에 파는 선물거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판매하면 불법이 된다. 강성신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권리를 파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 권리를 팔 수 있는 주체인가를 살펴봐야 한다”며 “리브라를 판매한다는 이들이 리브라의 소유권자 또는 소유 예정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들이 주장하는 방식은 ‘구매 대행’으로 보이는데, 리브라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돼 있지 않다”며 “처분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미래의 암호화폐를 사고팔았다는 게 입증된다면 사기죄 혹은 유사수신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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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