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통화부 차장 토마소 만치니 그리폴리가 유튜브 ‘더 머니 무브먼트’ 채널에서 IMF가 지난해부터 민간 이양 CBDC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민간 이양 CBDC는 기존 CBDC와는 달리 발권의 주요 권한을 민간 기업에게 넘기는 방식을 뜻한다. 그리폴리 차장은 이와 같은 ‘합성 CBDC’가 전통 CBDC의 중앙은행 리스크를 줄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 CBDC는?
초창기 고안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발권부터 유통까지 중앙이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ECB(유럽 중앙은행)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CBDC도 초창기 아이디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DCEP(디지털전자결제화폐)도 넓은 범주에서 봤을 때 전통 CBDC로 간주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디지털화폐 발권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다만 DCEP는 강력한 중앙 통제 방식 아래에서 알리바바 등의 대형 민간 업체가 유통에 참여한다는 부분이 다르다.
#IMF발 ‘합성 CBDC’ 무엇이 다른가
IMF(국제통화기금)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기존 CBDC와는 조금 다르다. 디지털화폐의 주요 권한을 민간 업체에 이양하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이에 대해 IMF 통화부 차장 토마소 만치니 그리폴리(Tommaso Mancini-Griffoli)는 “합성 CBDC는 민관협업을 지향하는 성격의 디지털화폐다. 민간이 중앙은행의 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민간 업체가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을 유지함과 동시에 단점을 없앨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은 회사 자체 신용을 토대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담보가 문제됐지만, 중앙은행 자산을 담보로 삼으면 이러한 단점을 지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폴리 차장은 그러면서도 중앙은행 담보를 바탕으로 각 민간 업체의 스테이블코인이 경쟁하는 구조를 갖췄으므로 기존 장점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모든 발행 과정에서 중앙의 개입이 필요했던 기존 CBDC와는 달리, 합성 CBDC는 중앙은행이 감독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합성 CBDC는 아직 IMF 구성원 모두에게 동의를 받은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IMF의 주요 관점은 CBDC를 중앙은행이 주도하느냐, 민간이 주도하느냐가 아니다. 보다 효율적이고 건전한 통화 체계가 구축되기만 한다면, 발행 주도권은 민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뜻을 밝혔다.
#Parker’s note: 리브라, 올해 나올 수 있을까
사실 IMF가 논의했다는 합성 CBDC는 페이스북 주도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가 좀 더 규제 당국에 협조적으로 응하면 거의 같은 개념이 된다. 더군다나 리브라가 지난달 공개한 ‘백서2.0’에는 각국 주요 법정화폐를 일정 비율로 섞어 담보로 삼는 기존 방법이 아닌, 현지에 맞는 통화를 담보로 삼아 리브라를 발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예컨대 미국에서 리브라를 발행하면 오직 미국달러를 담보로 한 리브라, 유로존에서 리브라를 발행하면 유로화만을 담보로 한 리브라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통화 유통을 각국 규제 상황에 맞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당초 계획대로 올해 안에 리브라가 론칭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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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