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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네시아에 이어 케냐도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넷플릭스, 구글 등이 내야 할 ‘디지털세’가 늘고 있다.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던 디지털세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각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에 글로벌 기업 소재지인 미국은 디지털세 부과 국가에 대한 보복조치를 검토 중이다. 디지털세가 전 세계적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가 앞당긴 디지털세 도입…유럽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케냐까지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케냐 정부는 스트리밍 사이트, 온라인 뉴스 매체 등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부터 디지털세를 걷기로 했다. 디지털세란 넷플릭스나 구글처럼 물리적인 사업장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개정된 금융법에 따라 케냐에서 수익을 내는 디지털 사업자들은 거래액의 1.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넷플릭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우버 등도 케냐에서 세금을 낼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오는 7월부터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10%의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외국 디지털 상품에 대한 세금은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며 “비디오 게임과 음악·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세금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디지털세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금을 추가로 풀게 된 국가들이 새로운 세원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기업을 겨냥하는 것이다.
앞서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해온 유럽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현재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여러 유럽 국가는 이미 디지털세 도입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세금이 절실한 유럽 국가들이 부족한 금액을 디지털세에서 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세, 이제는 넷플릭스세?
대표적인 글로벌 대기업이 구글이므로 디지털세는 그동안 ‘구글세’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넷플릭스세’로도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성장한 넷플릭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성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여파가 이어진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는 1,577만명 늘었다. 넷플릭스의 자체 전망치를 두 배 이상 웃돈 수치다. 특히 본고장인 미국보다도 다른 나라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선 696만명의 유료 회원이 추가됐으며, 아시아·태평양(360만명)과 남미(290만명)에서도 회원 수가 급증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성장은 각국이 디지털세로 얻을 수 있는 세수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대기업에만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서도, 모든 디지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에서도 납세 의무를 지게 될 전망이다.
최근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들이 넷플릭스를 겨냥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음악·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세금 부과 대상임을 언급했으며 케냐도 금융법 개정안에 ‘음악 및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명시했다.
넷플릭스도 구글도 미국 기업…미국, 디지털세 보복 나선다
디지털세가 구글세로 불리든, 넷플릭스세로 불리든 두 기업 모두 미국 기업이다. 세계 각국의 디지털세 도입 움직임은 주로 미국 기업을 향한다. 이에 미국은 EU, 인도네시아 등 디지털세를 도입한 9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의한 조사에 착수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디지털세 전쟁을 앞당긴 셈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시행한다”며 “조사 대상은 인도와 브라질,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EU”라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정부가 미국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불공정 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를 한다는 건 사실상 디지털세 도입 국가에 대해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USTR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한 세금 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센터 박현영 기자 hyun@
https://decenter.kr/NewsView/1Z3WAGK721
※디센터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