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미술품 거래, 경매 등을 떠올려보면 돈 많은 사람들이 밀실에 앉아 손짓으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 장면이 생각난다. 일반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며 어떤 작품이 누구에게 팔렸는지도 알기 쉽지 않다.
미술품 시장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돈 되는 작품들이 성행하게 되고 작품의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부 나왔다. 당연히 시장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미술품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례들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미술품을 디지털 자산화해 소유권을 증명하고 거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술시장 전체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 적용을 준비 중인 ‘콜라보커뮤니케이션즈의 박무림 디렉터를 만나봤다.”
–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이름은 박무림이다. 미술을 전공했고 시각예술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를 하고 작품 발표를 하는 일을 해왔다. 예술을 하면서 작품 거래, 작품이 기록되는 과정에서 좀 더 시스템화 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다가 콜라보커뮤니케이션과 함께하게 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록이 남고 증명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보자는 생각 때문에 이용하고 있다. 현재 3년째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 어떤 문제점을 느끼고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생각을 했나?
“검색 시스템 때문이었다. 미술작품을 좀 더 구체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시와 같은 경우 제목, 내용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반면 미술작품은 작품이나 디테일한 부분이 검색이 안 된다. 크게 회화인지, 조각인지, 작가 명은 무엇인지 등 장르적인 특징이나 작가 등으로만 검색이 되지 작품 자체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색이 힘들다. 이부분이 검색이 된다면 전달력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
– 블록체인이 미술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기존 사례를 보면 블록체인을 미술산업에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은 작품을 디지털 자산으로 분할 거래나 매입하는 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작품을 거래했을 때 누가 샀는지, 무엇 때문에 샀는지에 대한 데이터 값을 얻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려 한다.
지금도 작품이 한 번 팔리면 누구에게,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갤러리가 작품 거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떄문에 작품 가격이 명료하지 않고 가격에 대한 타당성이 미흡해지게 된다. 또한 불법적인 행위로 미술작품이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을 좀 더 투명하게 했을 때 작가가 작품에 대해 집중할 수 있고, 갤러리는 작품 가격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작품을 자신있게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술 시장은 돈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일반 대중들도 작품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블록체인이 이용될 수 있나?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이 미술 시장이나 미술 영역에 적용됐을 때 진품이냐는 것에, 물건이라는 것에 집중한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증명한다. 괜찮은 작품이면 좋은 사람들이 살 것이고 많은 작품을 수집한 명망 있는 사람들이 살 것이다. 이는 어떤 작가가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속성’을 의미한다. 작품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계속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품과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느냐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기록하는 것에 블록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작가에게는 30-40대가 가장 힘든 시기다. 아직 유명하지도 않고 큰 수입도 발생하지 않는 시기다. 이런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들로 활동을 한 것이 확인된다면 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분석이 된다. 단순히 얼마에 거래됐다고 하는 부분은 가격이 중요하다기보다 어떤 가격을 형성하면서 성장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 라인업을 보며 투자를 했을 때 향후 명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블록체인으로 레퍼런스를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 작가들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나?
“작가들 중에서도 무책임한 사람들이 많다. 작품활동을 잘 하다가도 갑자기 작품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작가가 사라져버린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미리 작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향후 작품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버린다. 작가들도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작품 활동을 해서 전시회를 했다는 것이 타이틀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블록체인에 올라가게 되면 해당 작품이 언제 어디서 얼마에 전시회를 했냐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책임감이 강해지게 된다. 작가가 전시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작가도 의미 있게 작품을 출품해야 하는 것이며 작가 스스로도 진정성 있게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미술 생태계 안에서 작품이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증명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 플랫폼이다.”
“미술작품은 보통 가격이 등락하지 않는다. 작품 가격이 더 올라가지 않는 것은 작품이 죽었거나 작품활동을 하지 않거나 작품이 점점 망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갤러리에서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렇게 평가받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중요해지게 되는 것이다. ”
“미술이 대중과 어울리는 영역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미술, 시각예술을 통해 세상을 분석하는 일, 세상의 단면을 보는 일, 미래에 어떤 고민을 할 것인지를 인문·사회과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작품도 중요하지만 평론하는 글도 따라 붙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 작품 내용, 작가의 뒷 이야기들, 평론들이 블록체인 안에 들어가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작품의 가격을 결정짓게 하는 요소가 되게 하는 것이다. ”
– 대중들은 플랫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검색 기능을 재밌게 해보려 한다. 일상의 언어로 간단한 ‘구’를 입력 했을 때 여러 추천 작품이 올라오게 되는 방식이다. 자신의 현재 감정에 부합하는 작품을 검색할 수 있고 해당 작품을 만든 작가는 어떤 활동을 했으며 평론가들은 어떤 평가를 했는지, 거래는 어디서 얼마에 됐는지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나의 감정에 맞는 작품을 보면서 작품과 관련한 시대상황, 관련된 표현들을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언제 어디서는 재밌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서비스 출시 시점은 언제가 되나?
“많은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입력시키고 오픈을 하면 검색이 정밀해지고 좋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올 가을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블록체인에 올려 볼 수 있도록 하고 거래까지 가능하도록 구현할 계획이다. 10월이면 가능할 것 같다. ”
– 서비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반인들이 미술품 구매를 했을 때 왜 작품을 구매했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나 작품을 여러번 구매하면 어떤 취향의 작품을 구매하는지 데이터로 잡히게 된다. 작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무엇이 어떤 측면에서 나와 관련이 돼서 구매한다는 것을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 평론가가 평론한 작품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반응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나쁜 관행도 없앨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를 통해 전시를 하면 갤러리를 통해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전시를 하는 동안 작품이 거래가 안 될 수도 있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 전시를 진행한 작품은 갤러리릍 통해 작품을 거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국내에서는 작가가 직접 판매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갤러리 오너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가 이뤄질 때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을 기대하고 전시회를 여는데 이런 사례가 생겨나면 미술 시장 생태계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구조를 연출하게 된다.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전시한 작품을 등록하면 작가도 갤러리를 믿고 갤러리를 통해 거래하게 된다. 즉 신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로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썼던 편법적인 것을 막아보자는 측면도 있다.”
“작가가 자기 책임을 가지고 작가 활동을 하는 작품을 거래해 주고 후원해주고 그것이 가치로 인정받았을 때 좀 더 좋은 작품이 계속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선순환 구조를 시스템에서 제공해주지 못해 젊은 작가들이 돈에만 의지한 작품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미술 작품을 왜 만드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작가 스스로가 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가 멀티미디어가 많이 들어간다. 멀티미디어가 들어감으로 인해 회화, 공예품 등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은 좋은데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디지털화 돼 있는 상태에서 투자할 수 있게끔 한다. 작품이 디지털 자산화 된 곳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면 멀티미디어 작품들도 스폰서에 의해서만 작품이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추가적으로 할 말이 있다면?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비트코인 방식의 거래 시스템을 미술에 적용시켜 봤을 때 매우 놀라웠다. 현장이 반응이 달랐기 떄문이다. 수집가들이 작품을 샀다는 내역, 금액의 내역 등을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작가들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고 작품을 거래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데 왜 공개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투명하지만 익명성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
“작품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30~40대의 젊은 작가들이 비싼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저렴한 작품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일반인들이 작가가 3~5년 동안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때 투자의 가치를 예측할 수 있다. 다양한 작품에 초기 투자하면서 수익도 올리고 작품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살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경제 상황이나 정치, 외교 등을 분석하는 것처럼, 미술작품을 거래하면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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