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s 크립토 스토리] “코인원은 비트코인이 20만원일 때부터 거래소를 오픈했습니다. 코인원은 블록체인의 비전을 믿습니다. 가격과는 별개로 저희가 믿는 세상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을까. 또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거래소를 만들까. 이런 비전들을 꿈꾸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장 상황이 좋아져서 행복하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거래소라는 코인원의 가치를 믿어주시고 투자자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확히 1년전, 코인원 차명훈 대표는 조인디와의 인터뷰 말미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차 대표가 말했던 비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왜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2019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관계자들 사이에서 코인원의 위치는 독보적이었습니다. 비록 국내 양대 거래소라고 불렸던 업비트나 빗썸에 비하면 거래량은 풍부하지 않았으나,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받은 ‘국내 4대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코인원의 위치가 독보적이었던 결정적 이유는 주요 거래소이면서도 깨끗한 거래소를 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장된 알트코인 자체도 다른 거래소에 비해 상당히 적었죠. 실제로 업비트와 빗썸이 알트코인 펌핑에서 파생된 여러 의혹을 받을 때, 코인원은 마진 서비스 운영 사례를 제외하면 비교적 큰 이슈가 없었습니다. 마진 역시 규제 불명확성으로 인한 당국과의 마찰 정도로 생각했지, 코인원이 그걸로 부정한 행위를 한다는 등의 여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코인원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좋았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2020년 들어 코인원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원이 요즘 이상해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거래소’라는 원칙을 깨는 일이 최근 들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일 겁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알트코인 상장의 남발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2019년까지는 몇몇 코인을 제외하면 외부 주요 거래소의 알트코인을 상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코인원의 기존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대형 거래소의 알트코인’을 상장했다는 이유로 큰 비난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암호화폐의 등장…진짜 문제는?
문제는 2019년 말부터 2020년 현재까지의 흐름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코인들이 코인원에 상장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해당 코인들이 건전한 의도로 상장된 것이라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코인원을 비판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선을 넘은 상장이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코인으로 지난 4월 상장된 루넥스가 있습니다. 루넥스는 본래 또 다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캐셔레스트에 상장된 코인이었습니다. 여기에 코인원이 루넥스 상장을 결정하면서, 두 곳의 거래소를 통해 루넥스를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코인원이 루넥스 입금 가능 시간을 4월 23일 오전 10시/거래 가능 시간을 4월 23일 오후 12시로 공지하자, 캐셔레스트가 당일 오전 10시 2분 루넥스 출금을 정지시켰습니다. 사유는 ‘콘트랙트 업그레이드 및 보안성 강화’였습니다. 출금만 막은 상황에서 캐셔레스트의 루넥스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코인원의 루넥스 입금 물량은 극 초반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시세 조작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상장 1분만에 코인원에서 루넥스의 가격이 541원까지 폭등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집니다. 코인원 상장 전날 루넥스가 60원대를 유지했던 걸 감안하면, 1분만에 가격이 약 9배 오른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더리움 블록 전송 분석 사이트 이더스캔에서 루넥스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더스캔을 통해 분석해보니 코인원으로 흘러 들어간 루넥스 코인이 약 184만 개인데, 이 중 한 명이 100만 개를 보유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두 번째로 큰 물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39만 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지갑을 거슬러 올라가니, 재단 지갑으로 추정되는 지갑에서 코인원 상장 공지 시간 이후에도 물량이 이동되는 흐름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많은 투자자들이 코인원을 비판했습니다. “이제 코인원도 스캠 거래소가 된 것이냐”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코인원은 업계에서 큰 논란이 됐던 TMTG 코인을 상장시키는 등, 안타까운 행보를 지속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적어도 토큰 이코노미 쪽에서는 탈중앙화와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이는 EXE라는 코인을 상장했습니다. 이 코인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중앙은행(CB)으로 적혀있는 곳이 토큰 분배의 ‘79%’를 가져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은행은 아니고 EXE코인 창시자 ISOFT라는 중앙 주체가 통제하는 ‘중앙은행과 유사한 역할’의 별도 조직입니다. 6월 9일에 상장된 쇼고 코인의 경우에는 루넥스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블록체인의 비전을 믿는다”는 차 대표의 작년 발언과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름대로 속사정은 있다?
한때 국내 주요 거래소 가운데 건전한 이미지로 신뢰를 쌓아왔던 코인원은 갑자기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요. 그 답을 듣기 위해 코인원 측에 인터뷰를 제안했으나 안타깝게도 “더 좋은 기회에 만나 뵙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차명훈 대표와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마찬가지로 답신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어느정도 짐작해볼 순 있습니다. 코인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기업이었던 옐로모바일과 270억 원 규모의 대여금 소송을 벌인 바 있습니다. 옐로모바일은 한국 2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모바일 벤처 연합체였습니다. 당시 14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급격하게 덩치를 키워나갔습니다. 2014년 유니콘을 달성한 옐로모바일은 1년도 안돼서 4조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거듭났죠. 이는 2018년 유니콘을 달성한 배달의 민족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옐로모바일은 과도한 기업 인수로 부채에 시달리면서 계열사 및 VC(벤처 캐피탈)와의 소송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소송전에는 코인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2015년 핀테크 업체를 한데 모아 세운 기업인 고위드(전 데일리금융그룹) 산하에 코인원이 있었던 것이죠. 출범 당시만해도 고위드는 지분 상으로 옐로모바일과 큰 관계가 없었으나, 2017년 옐로모바일이 고위드를 인수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옐로모바일이 코인원으로부터 270억 원의 자금을 빌린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룹 내부 거래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옐로모바일이 매각 대금 미지불 건으로 1년만에 고위드를 다시 뱉어 내면서 발생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고위드는 옐로모바일의 것이 아니게 되면서 옐로모바일은 코인원에게 빌린 자금을 갚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옐로모바일의 재정이 악화되자 코인원은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판결은 지난달 5월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잔금 64억원 지급에 대한 실무 처리는 여전히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옐로모바일은 기업 인수 시절부터 자사 주식을 통해 인수 자금 및 채무를 털어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현금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건 순식간이다
코인원의 2019년 감사보고서에는 좀 더 구체적인 현황이 나와있습니다. 우선 단기차입금이 4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배 이상 늘었습니다. 여기에 코인원 지분구조를 보면 지분 1위 고위드(73.88%)에 이어 차명훈 대표(20.37%)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인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것이 “차명훈 대표가 회사에 본인 사비를 투입한 내역”이라고 합니다. 또 3개월만에 갚기는 했지만, 금리 7.5% 조건의 사모사채 발행을 했던 기록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고위드가 IPO(기업공개)를 위해 코인원을 매각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정상적인 운영으론 무리라고 판단했던 것일까요. 6월 들어 코인원은 커뮤니티로부터 “펌핑 명가”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습니다. 당연히 좋은 의미로 언급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거래소들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가두리 펌핑·물량 장악·자전 거래 등의 문제가 코인원에서 더 극단적으로 발생하니, 조소하는 의미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봐도 토큰 물량 구조에 문제가 있는 코인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장한다면, 그 거래소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거래소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 상장된 프로젝트의 이더스캔 자금 흐름을 확인해보면 코인원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합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4월에는 이벤트 과정에서의 실수로 24명의 개인정보가 하루동안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코인원 내부 시스템 유출과는 관계없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단순 보안 측면에서의 이미지도 실추됐습니다.
아무리 퍼블릭 블록체인에 상장 진입장벽이 없다지만, 중앙화 거래소인 코인원은 상장이 신뢰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화 거래소 안에 있는 고객의 개인정보와 자산을 지키는 일 역시 중앙화 거래소의 몫이죠. 이런 측면에서 코인원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은 점점 의문에서 확신으로 변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고객과의 신뢰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선에서 코인원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방법을 도출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https://joind.io/market/id/2320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